박 대통령이 이날 예정된 통일준비위원회 회의를 연기하고 국립중앙의료원 방문을 결정한 것은 메르스 대응에 대통령 자신이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부 부처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처를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병원에 가서 상황을 체크해봐야겠으니 준비를 해달라’고 참모진들에게 지시했다”며 “메르스 사태로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박 대통령께서 직접 병원을 방문함으로써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 최일선 현장인 국립중앙의료원(국가지정 격리병원)을 방문해 운영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의료진과 민간 전문가의 의견도 청취했다”고 말했다.
또 “메르스 환자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의료진을 격려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예방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늑장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은 물론 정부 부처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무총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인 최경환 부총리는 유럽출장으로 자리를 비웠고 보건업무를 총괄하는 황우여 부총리도 사태수습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립중앙의료원을 전격 방문한 것은 메르스 사태 수습에 체계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정부부처와 공무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김무성 대표는 4일 메르스 치료를 담당하는 서울 시내 한 국공립 의료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김 대표는 당 메르스 비상대책특위의 이명수 위원장, 문정림·박인숙 의원, 권은희 대변인만 동행한 채 언론에도 알리지 않고 비공개로 방문했다.
권 대변인은 “김 대표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며 “병원에서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부족한 게 있으면 정부 여당에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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