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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에게 듣는다] <3·끝> 마커스 놀랜드

"한·미FTA 타결 내년 6월까진 힘들것"<br>한국경제 소비 회복되겠지만 투자는 안늘듯<br>남북경협 투명성 높이고 금융개혁 고삐 죄야<br>韓·美금리차불구 해외자본 이탈 가능성 적어


“한국 경제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습니다. 1년 전보다 더 희망적입니다.” 워싱턴D.C. 소재 미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한국 경제 전문가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최대 교역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방향이 정해지겠지만 내수소비가 살아나고 있어 다행”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또 “한ㆍ미 양국간 최대 현안인 자유무역협정(FTA)은 농산물시장 개방과 스크린쿼터 등의 현안도 걸림돌이지만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이 가장 문제”라며 “한ㆍ미 FTA 마감 시한인 2007년 6월까지 타결이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가 내건 동북아 금융허브는 대단히 매력적인 비전이지만 FTA가 타결되지 않은데다 금융시장은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해 한국정부가 체계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공염불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무현 정권은 이념ㆍ세대간 마찰을 야기하는 등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미래보다는 과거 지향적인 정치를 펼쳤다”면서 “남북경협의 경우 한국이 밑지는 장사를 해서는 안되며 청와대와 평양이 법률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경협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D.C. 매사추세츠 애브뉴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 한국 경제와 정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진단해 주십시오.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가 내수소비가 살아나면서 반등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97년 이후 심한 경기변동을 보이며 불안정한 양상을 보였지만 지난해 4%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무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중요한 경제정책 결정을 제대로 했기 때문이죠. 위기수습 능력도 돋보였구요. 하지만 기업투자가 살아나고 있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 대기업들은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현금을 쟁여놓고 국내설비 투자를 게을리한 채 해외투자에 나섰습니다. 정부도 기업투자를 활성화시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겁니다.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소홀한 것은 왜 일까요. 월가(街) 의 한국경제 전문가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고 노사문화가 불안정하기 때문이죠. 또 정부의 경제정책이 투명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시스템은 경제정책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고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투자할 만한 유인을 가지기 힘든 시스템입니다. 비록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한국 주식시장에 공격적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이들도 앞에서 제기한 문제, 즉 비 탄력적인 노동시장과 정치권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에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정도로 경제체질이 기본적으로 강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한다면 성장률은 더욱 빨라질 겁니다. ▦올해 한국경제는 어떨까요. -세계경제를 둘러싼 경제변수가 하도 많아 정확하게 내년도 성장률을 전망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한국경제는 지나치게 무역수지 흑자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최대 교역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올해 한국경제의 방향이 정해질 겁니다. 중국의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고 미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약한 성장을 보일 경우 한국경제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겁니다. 하지만 내수소비가 살아나고 있어 수출감소에 따른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죠. 1년 전보다는 한국경제를 더 희망적으로 봅니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의 경제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본은 10년 불황을 극복하고 경기회복에 들어섰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경제는 앞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며 이 경우 한국도 반사이익을 얻을 겁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죠. 일부에서는 8~9%의 고도 성장을 기록한 중국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우려하지만 중국 경제는 앞으로 10년 이상 견고한 성장을 이어갈 겁니다. 저임금 농업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고 있고 기업들의 생산성과 자본축적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4억명의 농업인구가 제조업 진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탄탄한 성장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경기변동이 심할 겁니다. 중국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이 한국ㆍ미국ㆍ일본 만큼 정교하거나 체계적이지 않고 경제정책을 실행하는 도구들도 세련되지 못합니다. 또 제조업과 첨단 정보통신(IT)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지만 금융, 특히 은행분야는 너무 취약합니다. 한국은 중국 경제가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 ▦세계적으로 금리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전망은 어떻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금리인상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그 동안 세계 경제의 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한 게 사실입니다. 미국ㆍ유럽연합(EU)ㆍ일본 등이 금리인상을 지속하고 있거나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한국도 금리인상을 단행했죠. 하지만 한국은행의 경우 금리인상에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겁니다. 한국 원화는 달러, 엔화, 위안화 등과 비교해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고집한다면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더욱 둔화될 것이고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죠.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매우 더디게, 제한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봅니다. ▦한국과 여타 국가간 금리차이 확대로 해외자본의 한국시장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기우에 불과하죠. 한국에 들어오는 해외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데 금리변수 하나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큰 이슈로 부각되며 이해득실을 따지는 논쟁이 한창인데 개인적으로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한국 투자자들이 보유자산을 원화가 아니라 달러 등 기타자산으로 갈아탈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원화가치가 크게 올랐습니다. 원화강세는 올해도 이어질까요. -10년, 20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원화가치는 오를 겁니다.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원화가치는 위안화, 엔화 등 다른 아시아 통화들에 비해 평가절상 속도가 빨랐습니다. 원화가치는 절상될 필요도 없고 절상속도도 완만해질 것으로 봅니다. ▦그럼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계속 단행해도 원화가치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해도 통화바스켓에 포함된 한국 원화 비중이 크지 않은데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원화는 이미 달러와 엔화, 위안화 대비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가 단계적으로 올라도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말해 미국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원화가치는 이미 상승한 만큼 원화는 엔화와 위안화에 대해서는 평가절하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봅니다. 위안화와 엔화의 평가절상이 원화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죠. ▦한ㆍ미 무역관계로 화제를 옮겨볼까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아주 복잡한 현안입니다. 비록 부시 대통령과 미 무역대표부가 협상 전권을 의회로부터 위임 받아 한국정부와 줄다리기 교섭을 하고 있지만 반드시 의회의 동의와 승인이 필요합니다. 의회는 협상결과를 수정할 수 없으며 단지 ‘승인’,‘불가’양단간 하나를 선택해야 되죠. 한미간 FTA는 2007년 6월이 데드라인입니다. 앞으로 18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스크린쿼터, 농산물수입 등도 문제지만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만약 마감 시일을 넘길 경우 양국 정권이 바뀌고 국민정서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협상이 더욱 꼬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FTA 체결을 비관적으로 전망하십니까. -솔직히 2007년 6월까지 FTA 협상이 마무리될 걸로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관적입니다. 양국 정부의 협상 진행이 지지부진한데다 의회 등 개별국가의 내부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겁니다. 한국이 칠레와 FTA를 체결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시안 국가들과의 FTA도 큰 진통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서 한국의 농산물시장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아이슬란드ㆍ노르웨이ㆍ스위스 등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시장보호적인 농업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본보다도 더 거세게 개방에 저항하고 있죠. 정부의 농업보조금과 인위적인 가격안정 등 상당히 비효율적인 시장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죠. 한국 정부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겁니다.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건설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국이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서비스 분야로 성장엔진을 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비전과 목표설정은 대단히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앞으로 10년, 20년 장기적인 실행계획을 주도 면밀하게 세우면 희망적인 결과를 얻을 수 도 있겠지만 이 상태라면 5년 이내에 동북아 금융허브는 실현이 힘들다고 봅니다. 많은 장애물이 놓여있죠. 우선 한미간 FTA를 비롯해 다른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이 제대로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FTA가 금융허브 건설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전제조건은 되어야 합니다. 상품과 무역거래가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선진화를 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죠. 금융시장도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 동안 성공적인 금융개혁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가 한껏 고무된 분위기이지만 시장규제와 해외기업에 대한 차별, 기업투명성 결여, 경직된 금융노동시장, 해외자본에 대한 과도한 세금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한국은 선진 금융시장이 얼마나 빨리 변화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서둘러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금융허브 청사진은 알맹이가 없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업무수행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치상황은 혼란스러웠죠. 국민들의 저력을 모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진보와 보수간 이념차이, 세대간 불신 등이 불거지면서 정치인들이 오히려 국민들을 이용하는 모습까지 보였죠. 노무현 대통령도 박정희, 전두환 등 과거사 정리에 집착한 나머지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6자 회담도 단기적으로 해결 가능성이 희박할 걸로 봅니다. 장기적으로 6자 회담이 지연되고 북한이 물리적인 군사실험에 들어간다면 해외자본 이탈도 감수해야 할 겁니다. 노무현 정부가 남북경협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남북한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경협이 활성화돼야 하죠. 하지만 금강산 사업에서 여실히 나타난 것처럼 ‘밑지는 장사(Loss Leader)’를 하는 비효율성은 없애야 합니다. 청와대와 평양이 경협에 따르는 법률적인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해서 경협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이는 북한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마커스 놀랜드는 누구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와 정치를 분석하는 워싱턴D.C.의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지난 97년 한국의 금융위기와 북한정치, 한반도 통일 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경제를 폭 넓게 분석하고 있어 워싱턴을 방문하는 한국 관료들과 해외 언론들이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과 의견을 구하기 위해 찾는 영순위 인물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연구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지한파(知韓派)'인 그는 존스홉킨스대학 및 남아프리카대학, 도쿄대학, 사이타마대학, 가나대학 등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아프리카 대학에서도 연구원이나 조교수로 일했다. 그는 지난 59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나 85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 미 국제경제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미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로도 활동했다. 저서로는 ▦김정일 이후의 한반도 ▦종말 피하기(한반도의 미래) ▦태평양 개발도상국 ▦세계화 시대의 산업정책 ▦아시아 통화절하의 경제적 효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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