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중견기업 통계를 내놔 물의를 빚고 있는 중소기업청이 1,422개 중견기업 리스트를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할 정부기관이 국민의 알 권리를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행태여서 중소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같은 중기청의 폐쇄적 태도와 관련, 중소업계는 교수 출신 한정화 청장이 중기청 직업관료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청장 책임론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한 청장이 중기청의 모든 정책을 총괄하며 정책 수립과 집행을 책임져야 함에도 조직 장악력이 크게 떨어져 직업관료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25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기청에 중견기업 1,422개 명단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중기청은 이를 단박에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청 중견기업국은 이날 중견기업 리스트 공개를 요구하는 본지의 요청 역시 거부했다.
성윤모 중기청 중견기업정책국장은 "중견기업 명단은 기업 정보보호 차원에서 줄 수 없다"며 "이전에도 리스트를 달라는 요청이 있어 부하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국기업데이타와 계약이 돼 있어 3자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견기업 리스트를 딱 한번 ?어봤다"며 "기억이 안나 중견기업 리스트에 어떤 기업이 있었는지 얘기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기청의 위탁을 받고 잘못된 1,422개 중견기업 통계자료를 만든 중견기업연합회도 중견기업 리스트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견련 관계자는 "줄 수가 없다"는 말만 수 차례 반복했다.
앞서 중기청의 명단 제공 거부에 직면한 중기중앙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 중견기업 현황을 파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중기청이 이를 저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기청이 왜 명단 공개를 피하고 또 중기중앙회의 조사를 막는지 황당할 따름"이라며 "무슨 저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기청의 중견기업 정보 공개 거부에 대해 중소업계는 정부가 중견기업 수 1,422개를 누누히 강조하면서, 그 근거가 되는 기업 명단을 밝히지 않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어이없어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 속해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1,422'라는 숫자를 믿을 수 있느냐는 것.
아울러 기업 비밀보호에 대한 명분도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호출자제한집단 규제를 받는 대기업 명단을 수시로 발표하고 있다. 중기청도 중소기업을 벗어나는 1,500여 개의 관계기업 명단을 지속적으로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 밖에 대부분의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 정책 대상이 되는 기업들의 리스트를 명백하게 공표하거나 요청에 따라 거리낌없이 제공 중이다.
한편 중기청은 2011년 기준 중견기업수가 1,422개라는 중견기업 공식 통계를 발표하면서 고의로 중견기업인 관계기업 1,529개를 누락시킨 바 있다. 이와 관련, 중기청은 관계기업의 매출규모가 작아 정책대상이 아니어서 일부러 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기청이 밝힌 중견기업 1,422개의 49%인 700개는 매출 1,000억원 미만으로 관계기업 1,529개의 매출수준과 비슷해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라는 빈축을 샀다. 이에 대해 중기청은 지금까지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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