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구도 타파 등 정치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증원인가, 아니면 개혁을 빙자한 '이익 챙기기 꼼수'인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6일 국회의원 정수를 400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299명인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1명 늘리는 과정에서조차 국민적 반발이 거셌던 만큼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이날 새정치연합이 개최한 '2015 다 함께 정책 엑스포'에서 적정 국회의원 수에 대한 설문조사 부스에 들러 '351명 이상' 항목에 스티커를 붙인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에게는 그렇게 인식되지 않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인구수 대비 의원 비율이 낮다"며 "국회의원 수를 늘리면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비례대표 정수 확대 방침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앙선관위는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통해 현행 300명인 의원 정수는 유지하되 지역구의원 200명(현행 246명), 비례대표의원 100명(현행 54명)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표는 여야 모두 현역 지역구의원들의 반발이 거세 지역구 축소는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 총 정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 지역을 6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분배하는 방식인데 상대적으로 영남에서 정당 득표율이 높은 새정치연합이 호남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비해 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에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정치개혁특위 위원은 "제도개편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단계에서 의원 정수를 먼저 확정하고 논의를 진행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직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 등 정개특위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국민적 반감이 큰 의원 정수 확대가 전면에 등장한다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조심스레 표출된 바 있다. 유인태 의원은 "의석을 늘리지 않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면서 "우리나라 인구에 비하면 의원을 늘릴 필요가 있지만 국민정서 때문에 겁이 나서 말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최근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현행 300명을 360명으로 늘리자며 의원 수 확대론의 물꼬를 텄다.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어 국회의원 정수 증원에 대해서도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빌미로 당리당략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 증원이 논의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지역구 의석 수를 줄일 수 없으니까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역시 "국민들이 우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 밥그릇을 늘려달라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지역주의 타파를 목적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시한 만큼 새누리당도 비례대표 확대를 통한 정수 증원에 대놓고 반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