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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75) 회장은 그야말로 초부유층이다. 회사 지분가치만 54억원에 이르고 재산도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을 합쳐 100억원을 웃돈다. 어딜 가든 VVIP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가진 게 많은 만큼 걱정도 많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43)에게 회사를 어떻게 넘겨줄지, 상속을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은퇴 이후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답답하다.
김 회장의 이런 고민을 풀 방법이 생겼다. 바로 삼성패밀리오피스 소속의 '패밀리오피서(Family Officer)'가 도우미로 나선 것이다.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문을 연 '삼성패밀리오피스'는 고액자산가의 가문관리 서비스를 전담하는 삼성생명의 최상위 프라이빗뱅킹(PB)센터다. 과거 유럽의 왕가나 귀족가문의 자산을 종합관리하던 집사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부유층 가문관리에 적용한 것이다.
최근 대형 은행들이 줄지어 만들고 있는 VVIP 대상 일반 PB센터가 금융상품 투자 중심에 머무는 것과 달리 새로운 센터는 '가문관리'라는 다른 차원의 PB다.
새 PB는 최근 외국 선진 금융기관들이 초부유층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미국 메릴린치의 경우 유명 대학과 손잡고 초부유층 고객을 위한 전용 합숙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씨티그룹은 각국의 VVIP 자녀에 명품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가문관리위원회 등을 만들어 가문자산이 분쟁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만들기도 하는데 삼성은 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더 나아가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자산관리는 물론 자녀관리, 명예ㆍ가치관리, 커뮤니티관리 등을 포괄하는 가문관리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미국의 록펠러나 카네기처럼 존경받을 수 있는 가문이 나오도록 돕겠다는 취지"라며 "단순히 부의 증식이나 승계를 넘어 경주 '최 부자'처럼 노블레스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명문가로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서비스를 김 회장의 예로 살펴보면 사업 승계를 위한 기본 소양을 갖추기 위한 교육과정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부자(父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과정과 창업 2세들을 위한 '주니어 CEO과정' 등을 소개받았다. 지분가치 평가에 따른 증여로 절세할 수 있다는 조언을 얻었고 개인 소유 부동산에 대해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부동산관리회사를 소개받았다. 부부 동반의 문화행사 초청과 삼성의료원을 통한 건강관리, 공익재단 설립에 관한 노하우 등도 제공받았다. 미국 유학으로 사회적 네트워크가 다소 부족한 아들을 위해서는 비슷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의 모임을 주선받기도 했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삼성패밀리오피스는 부유층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이 1년 이상 준비한 결과"라며 "서울 강남권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서울 강북, 오는 2014년에는 부산 등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또 막대한 자산운용을 위해 삼성자산운용에서 부동산 부문을 떼어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부동산 보유액이 크다 보니 이를 별도로 관리할 자회사가 필요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설립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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