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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반성이 빠진 담화라면 아예 하지 말라."
일본의 후지이 히로히사(82·사진) 전 재무상이 "과거에 대한 사죄 없이 미래를 논하지 말라"며 아베 신조 총리를 정면 비판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에서 재무상을 지낸 그는 10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8월 발표할 종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에서 식민지배·침략·반성 등이 아닌 다른 내용을 언급할 것이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가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지난 1937년 7월 중일 전쟁이 시작돼 일본이 그해 12월 중국 베이징을 빼앗았다. 이는 누가 봐도 침략"이라며 "독일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이 '과거에 대해 눈을 감은 사람은 현재도 볼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을 아베 총리도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후지이 전 재무상은 '일본이 언제까지 계속 사죄해야 하는가'라는 일본 내 여론에 대해서는 "과거 담화에서 말한 대로 하면 별 무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총리가 그것을 부인하고 다른 담화를 낸다면 문제가 돼 나중에 또 사죄해야 할 것"이라며 "반성 없는 미래 지향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아이들이 싸움에서 때려 놓고 사과 없이 '앞으로 사이 좋게 지내자'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후지이 전 재무상의 발언은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가 발표한 '식민지 지배와 침략'과 '사죄' 표현이 이번 아베 담화에도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역사 인식 활동 학습 모임인 '근현대사연구회'의 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아베 총리는 매우 편협한 내셔널리스트"라고 규정했다.
한편 무라야마 전 총리는 10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종전 70주년 담화 때 과거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목표는 사과 자체가 아니라 일본인들이 과거에 무엇을 했고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과를 한국에 할 것이냐 중국에 할 것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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