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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는 철제 구조물과 끝없이 이어진 파이프의 밀림이다. 이곳은 서울 여의도 2.5배 면적에 정유부터 합성수지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석유화학 단지. 이처럼 거대한 단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지난 3월부터 시험 가동 중인 '울산아로마틱스(UAC)' 공장이다. 탑 형태의 철 구조물과 파이프가 햇빛을 반사해 유난히 빛난다. 갓 지은 공장인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UAC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일본의 JX에너지가 55.9%대 44.1% 지분 비율로 합작해 만든 방향족(아로마틱) 생산 법인이다. 6월부터 PET병 등의 원료로 쓰이는 파라자일렌(PX) 연간 100만톤, 합성 세제 원료 등으로 쓰이는 벤젠을 연간 60만톤 생산할 예정이다. PX 생산량의 경우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JX에너지와의 합작 과정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SK종합화학은 2010년 하반기부터 JX에너지와 합작을 진행해왔지만 지주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 규정에 막혀 사업 지속이 불투명했다. 현행법은 지주회사의 증손회사는 손자회사가 지분 100%를 소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SK㈜-SK이노베이션-SK종합화학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SK종합화학은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UAC를 만들려면 100% 지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올 초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에 따라 외국 기업과 합작의 경우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의무 보유 규모가 '50% 이상'으로 바뀌었다. 그 덕에 사업이 속도를 내게 됐다.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파트너인 JX에너지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맞추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옥영석 PX 프로젝트 3팀장은 "JX에너지는 일본 최고의 석유화학회사이고 매우 보수적으로 투자한다"며 "현장에 상주하는 JX에너지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고 확인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 PX는 국내 생산 시설 신증설이 최근 집중적으로 이뤄져 공급 과잉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UAC 측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원료 조달과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해 타사를 압도하는 원가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옥 팀장은 "국내는 PX생산을 위한 톨루엔·자일렌 등 원료가 부족하지만 일본은 초과공급 상태여서 싸게 들여올 수 있다"며 "아울러 울산 컴플렉스의 열교환망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동력비도 줄였다"고 말했다.
완공에 걸린 기간은 19개월. 업계 최단 기록이다. 옥 팀장은 "납기가 오래 걸리는 주요설비를 조기에 구매해 공기를 줄였다"면서 "울산의 정유·화학 사업 지원 인프라 덕에 빠르게 공사를 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종합화학은 추가적인 합작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JX에너지가 이번 합작을 통해 한국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며 "JX에너지가 추가 합작을 모색하고 있고 다른 해외 메이저업체들도 SK와의 합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안전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가 대표적이다. 현장 직원이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정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한번에 작업장에서 퇴출시키는 제도다. 이채강 PX 프로젝트 3팀 부장은 "중국 국영석유기업인 시노펙 측이 안전관리 벤치마킹을 하고 갔다"며 "안전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JX에너지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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