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건전성이 좋아졌다는 의미지만 불안한 경기와 미래 때문에 소비를 억제한 데 따른 것으로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적자가구 비율은 22.0%로 전년보다 0.5% 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적자가구는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이 마이너스인 가구다. 이 비율의 감소는 가계의 부채 의존도가 줄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자가구 비율의 감소가 소득 증가에 따른 것이기보다는 소비 위축에 따른 현상이라는 점에서 좋게만 볼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가구의 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은 전년보다 각각 3.4%와 3.5% 늘어났지만 소비지출은 2.8% 증가하는데 그쳤다. 평균소비성향은 72.9%로 전년보다 0.4%포인트 하락해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저소득층에서 두드러졌다. 서운주 통계청 과장은 “소비성향이 줄어들고 저소득층의 적자가구 비율이 상당히 큰 폭으로 줄어 전국의 적자가구 비율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46.5%로 전년보다 5.2%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전 소득 분위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다.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 감소는 소득이 늘어났지만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1분위의 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은 각각 5.6%와 7.4%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오히려 0.1% 줄었다.
2분위의 적자가구 비율도 26.1%로 전년보다 0.6%포인트 떨어져 최저치였다. 2분위의 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은 2.2%와 1.9% 늘었지만 소비지출은 0.4%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이는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1, 2분위가 쓸 수 있는 돈이 증가했음에도 소비를 줄이거나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소비를 해서 적자를 줄였다는 것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부채에 의존해 소비하는 저소득층의 성향을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계형 빚이 많은 저소득층의 적자가구 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저소득층의 삶이 더 힘들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소비 위축은 기업의 투자 및 고용 감소로 연결되고 이는 소득 감소라는 부정적 효과를 일으켜 적자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4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12.6%로 0.5% 포인트 하락, 2005년의 12.5% 이후 가장 낮았다. 이들 분위와 달리 중산층으로 볼 수 있는 3분위와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전년보다 올라갔다.
3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17.1%로 2.6%포인트, 5분위의 비율은 7.6%로 1.1%포인트 상승했다. 3분위와 5분위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소득과 처분가능소득보다 높았다. / SEN TV 보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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