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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분기 동안 우리는 몇 가지 목표를 이뤘지만 그러지 못한 것들도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다들 분발해서 목표를 100% 완수합시다."
28일 오전11시 삼성전기 수원 본사에서 임원과 각 보직장들을 모아놓고 열린 내부 경영설명회에서 이윤태(사진) 사장은 담담하지만 엄격한 어조로 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급증한 80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2·4분기 실적 발표 직후다. 분기 매출액은 1조6,9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개선되면서 관련 업계는 삼성전기가 혹독한 구조재편의 성과를 조금씩 내놓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날 이 사장은 그간의 공로를 치하하고 미흡했던 점만 지적했을 뿐이라고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했다. 완벽하게 삼성전기의 부흥을 위한 토대를 닦기까지 구조조정에 대한 성급한 자평을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전기가 연 마진율 0%라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말, 이 사장이 사장 승진과 함께 대표직에 오른 지 약 8개월이 지났다.
대내외적으로 입을 잘 열지 않는 조용한 성품에 삼성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개발에만 전념해온 그가 삼성전기의 사업재편을 이끌 수 있을지 일각에서는 의구심도 나타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조직개편과 사업 정리를 신속하게 단행하며 이런 의구심도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시장은 올해 사업 분사·중단의 여파로 삼성전기의 연매출이 8,000억~9,000억원 줄어들겠지만 영업이익은 300억원을 넘겨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사장은 취임 직후 모듈 사업부 통합과 자동차 전장부품 등 신사업추진팀 신설을 발표했다. 지난 6월에는 하드디스크(HDD) 모터 사업 중단, 이어 이달 들어서는 파워·튜너와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 분사 발표까지 이 사장 휘하의 삼성전기는 미련없이 부진한 사업을 털어내고 있다. 특히 관련 업계는 지난해까지 신성장동력을 꼽혔던 ESL을 과감히 잘라낸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 사장은 평소 임직원들 앞에서도 말보다 행동을 앞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17일 삼성전기 주식 5,000주를 주당 5만3,864원에 직접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한 것도 한 사례다. 총 매입가는 약 2억7,000만원에 가깝다.
삼성전기 안팎에서는 올 하반기 이 사장이 구조조정 막바지 작업을 어떻게 매듭지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가 언제쯤 삼성전기의 미래를 이끌 새 먹거리를 언급할지도 관심사다. 삼성전기의 한 직원은 "워낙 과묵한 리더인 만큼 신성장동력 역시 공개석상에서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먼저 보여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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