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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라는 물음에 ‘마른 똥 짝대기’라는 화답은 불교계의 유명한 선문답(禪問答) 중 하나다. 선문답은 ‘영문 모를 말’ 혹은 ‘황당하다’는 말로 대변되곤 한다. 선문답의 묘미는 창의적이며 고정관념이나 틀을 깨는 통쾌한 맛과 절묘한 반전에 있다. 창의성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선문답을 ‘어렵다’거나 ‘황당하다’고 속단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깔끔한 글솜씨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원철 스님이 유머와 입담으로 77가지 선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선과 대중의 거리를 단숨에 좁혀놓는다. 큰소리로 꾸짖는 고함이나 기합을 의미하는 ‘할’과 몽둥이로 두들겨 팬다는 의미의 ‘방’은 제자의 훈육 수단이다. 고루하게 골방에서 수행하는 선승의 모습 대신 선불교 수행과정으로 접근 한 것은 일반인들도 선수행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는 “화두를 찾는 것은 선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세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한 포인트에 핵심을 담아내는 요즘의 광고 카피를 보면 거의 선사들의 어록 수준인데 이 것이 요즘 대중에게 잘 먹히는 것을 보면 화두를 드는 간화선(看話禪:화두를 근거로 수행하는 참선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를 마시며, 운동을 하면서도 수행을 병행할 수 있을 만큼 간화선은 어렵지 않다”며 “지금 있는 자리를 선방으로 만드는 것이 간화선 수행의 참 경지”라고 말했다. 책은 ‘노빈손’시리즈의 삽화를 그린 만화가 이우일의 익살스러운 삽화를 곁들여 선불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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