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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축구 유니폼에 숨은 흥미로운 비밀
'흥행불패' EPL 유니폼의 경제학연간 수백억원 내야 하지만 홍보효과 따지면 남는 장사은행·항공사·베팅업체까지 업종 불문하고 기업들 줄서불황에도 스폰서 비용 25%↑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지난 5월, 파란 유니폼 상의에 박힌 'SAMSUNG' 로고는 전 세계 2억명에게 노출됐다. 무대는 유럽 축구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 선수들은 가슴에 삼성을 달고 유럽 챔피언에 등극했다. 삼성은 유니폼 스폰서 등 첼시 구단 후원비용으로 1년에 1,380만파운드(약 246억원)를 쓰지만 홍보 효과는 이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후원계약 시점인 2005년을 기준으로 영국 내 매출은 세 배 뛰었고 유럽 전체 매출도 두 배 이상 올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18일(이하 한국시간) 9개월 대장정에 돌입하는 가운데 제2의 '첼시 효과'를 노리는 기업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럽 재정 위기의 한파 속에서도 EPL을 향한 기업들의 구애는 뜨겁기만 한 상황. 스포츠통계 전문 웹사이트인 스포팅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 시즌 EPL 전체 20팀의 유니폼 스폰서 비용은 1억4,710만파운드(약 2,600억원)에 이른다. 직전 시즌(1억1,750만파운드)보다 25%나 늘어난 것이다. 네 팀이 스폰서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인베스트인아프리카와 1년 최대 2,000만파운드(약 356억원)에 계약한 선덜랜드 구단이 대표적이다.
◇유니폼 광고에 1년 350억원=올 시즌 '2000만파운드 클럽'은 네 팀이다. 보험사 Aon의 로고를 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탠다드차타드를 가슴에 새긴 리버풀, 에티하드항공의 맨체스터 시티와 인베스트인아프리카를 새기고 뛰는 선덜랜드다. 지동원의 소속팀이기도 한 선덜랜드는 지난 시즌까지 1년에 100만파운드(약 18억원)의 조건으로 온라인 빙고게임업체인 톰볼라 로고를 달았었다. 1년 사이 20배나 뛴 것이다.
선덜랜드는 지난 시즌 13위에 그친 중하위권팀. 하지만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선 아프리카 최대 석유기업 툴로 오일은 파트너사인 인베스트인아프리카 홍보를 위해 후원 규모를 최고 명문 맨유 수준에 맞췄다. 때마침 선덜랜드는 17일 맨유와 에버턴, 토트넘을 거친 루이 사하를 영입해 공격진에 무게를 더했다.
◇은행부터 항공사ㆍ베팅업체까지=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가치(약 22억달러)의 스포츠 구단인 맨유는 스폰서가 줄을 선다. 이미 지난달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차기 계약을 끝냈다. 2014~2015시즌부터 7년간 맨유 유니폼 상의에는 쉐보레 브랜드가 새겨지게 된다. 총 계약 규모(추정치)는 6억달러(약 6,800억원). 1년에 970억원인 셈이다.
EPL의 유니폼 스폰서는 자동차회사부터 은행(스탠다드차타드), 항공사(에티하드ㆍ에미레이트ㆍ에어아시아), 정보기술(IT)기업(오러스마ㆍaap3), 리조트(겐팅), 주류 브랜드(창 비어),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주플라)까지 업종 불문이다. 스토크시티를 후원하는 Bet365 등 베팅업체도 4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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