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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기를 보냈다면, '19금 영화'를 어떤 식으로든 몰래 본 경험이 있을 터.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로 결정된 관람 등급이 엄격하게 관리되고, 그 엄격함은 볼 수 없는 것을 향한 간절함(?)을 만들어 냈다. 보지 말라면 더 보고 싶은 호기심을 말이다.
관람 등급을 둘러싼 논란과 '몰래 보기' 사연이 풍성한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선 비슷한 이야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뮤지컬엔 애초 볼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정할 심의 기구 자체가 없다.
심의는 없어도 관람 등급은 있다. 등급은 전적으로 제작사의 자체 판단에 따른다. 법이 정한 기준이 없다 보니 뮤지컬엔 만 3·7·13·15·17·18·19세 등 공연 별 등급도 다양하다.
중요한 건 뮤지컬 관람 연령은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일 뿐이라는 것이다. 강제성 여부도 제작사마다 달라 공연장에선 재미있는 해프닝이 종종 벌어진다. 최근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장에선 주인공의 살인 장면에 놀란 어린이가 울음을 터뜨렸는가 하면, 관능적인 안무와 의상으로 유명한 '시카고'는 지난해 한국어 공연 때 일부 관객의 신분증(학생증)을 확인, 만 17세 미만 학생들을 돌려보냈다. 2013년 공연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애비뉴Q'는 동성애·포르노 중독·섹스 등이 등장하는 대사를 고려해 '공식 관람등급은 만 15세 이상이지만 만 18세 이상 관람을 권장한다'고 안내했다는 후문이다.
18금·19금 등 수식어는 효과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다수 뮤지컬은 그동안 가장 낮은 관람등급을 매겨왔다. 비싼 푯값과 동시 상영(공연)이 불가능한 특수성 탓에 한 번의 공연으로 최대한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의도적으로 특정 연령층만 겨냥한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한국식 뮤지컬인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18금'이라는 수식어를 달았고, 쇼 뮤지컬 '미스터 쇼'는 만 19세 이상 여성으로 관객을 한정해 화제를 모았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전체관람 작품도 좋지만, 연령대별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참고로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과 영국도 관람등급을 권장사항으로 둘 뿐 별도의 규제는 하지 않는다. 나이 기준에 미달해도 성인 보호자 동행시 관람 가능한 작품도 많다. 뮤지컬이 영화나 TV 방송 수준의 사실적인 묘사가 불가능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엄격한 관람등급 적용 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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