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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조선주의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조선 업황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010140)과 현대중공업(009540)의 1ㆍ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 것이 조선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조선주의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는 확신과 함께 다음달까지 예정된 주가연계증권(ELS) 만기 물량이 해소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상반기까지는 견조한 실적을 내놓은 한진중공업(097230)이나 현대미포조선(010620) 등 중소형 조선주 위주로 접근하고 가격 매력도가 높은 대형 3사에 대한 관심은 하반기에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전날 대비 0.68%(200원) 내린 2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5% 넘는 강세가 무색하게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11거래일 만에 상승했던 현대중공업 역시 이날 0.53% 빠지며 약세로 전환했다. 삼성중공업만 이날 0.56% 오르며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들 조선업종 '빅3'의 주가는 올해 들어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삼성중공업이 28.9% 빠졌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각각 26.8%, 16.3%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대형 3사의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하면서도 당장 반등할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한다. 1·4분기 삼성중공업이 3,625억원, 현대중공업이 1,889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잠재적인 부실을 1·4분기에 대부분 털어냈다는 것을 2ㆍ4분기 실적을 통해 증명하기 전까지는 이들 대형 조선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감으로 2·4분기 실적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고 지난달에는 신규 수주도 감소하며 대형 조선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 악화됐다"면서 "유럽 은행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예상되자 선주들이 신규 발주를 지연시키고 있어 조선업종 전반적으로 당장 주가가 반등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5월과 6월 ELS 만기 물량이 대거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이들 대형 조선주의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코스콤과 대신증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중 5월과 6월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의 발행금액은 2,444억원으로 집계된다.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지난 2011년 발행 당시 대비 50% 이상 하락하면서 이미 상당수의 ELS가 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손실구간에 진입한 종목만 현재 평가 금액만큼 보유하는 것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의 ELS 만기물량 부담은 발행금액의 절반 수준인 1,222억원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실적이나 수급 측면에서 이들 대형 조선주보다는 현대미포조선과 한진중공업 등 중소형 조선주 주가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1·4분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19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현대미포조선의 적자폭은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만큼 감소해 실적에 대한 믿음이 대형주에 비해 굳건하기 때문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3사와 달리 해양플랜트 부문이 없는 현대미포조선과 한진해운은 실적 전망에 대한 신뢰가 높다"면서 "적어도 2·4분기 대형사의 실적이 기대치에 충족했다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중소형 조선사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LS 만기 부담이 해소되는 하반기부터는 대형주의 상승세가 더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1,994억원, 현대중공업이 1,037억원의 2·4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4분기 적자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액화천연가스(LNG)선의 업황이 살아나고 있는데다 부유식 가스생산 설비 등 고부가가치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만큼 7월 이후부터는 이들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는 대형 조선사의 주가 모멘텀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투자 기간을 길게 잡고 보면 중소형 조선주보다 대형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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