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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 한반도에 위기감이 일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미국을 압박해 수세적인 국면에서 탈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 이후의 국제정세는 북한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 노림수는=최근 북한은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를 비롯해 탈북자문제를 계기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9ㆍ19공동성명’에 어렵게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압박이 강화되자 북한은 북ㆍ미 양자회담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미국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6자회담을 재개하지 않는 한 북한과 양자대화는 있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은 9ㆍ19공동성명에 서명한 결과 얻은 것은 금융ㆍ인권 등에 걸친 미국의 전방위 압박뿐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한 전체적인 ‘판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새 판짜기 가능할까=그러나 미사일 발사는 북한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일본과 미국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 이 문제를 가지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안은 중국의 반발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의장성명 등을 통해 국제적인 우려를 표명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개별적인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 특정선박입항금지특별법과 개정 외환법 등을 발동해 대북 경제제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남북관계도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민간ㆍ경제교류와 정부간 공식 관계를 분리한다는 기본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국민여론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본격적으로 풀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남북 당국간 교류는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한ㆍ미ㆍ일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노리는 ‘새 판짜기’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히려 북한을 ‘정상적인’ 대화상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국제여론이 확산될 경우 북한은 지금보다 더한 곤경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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