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뚜렷한 호조 국면에 들어서고 있지만 지표로 분석한 위기수준은 5단계 중 가장 나쁜 1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수로 분석한 위기상황도 여전히 정상 수준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제신문이 금융위기 1년을 맞아 13일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의 경기위기판단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경제는 재정투입 확대 등에 힘입어 회복단계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매우 위험한 구간(1레벨)’으로 나타났다. 각 위기단계는 안정, 보통, 위기극복, 위험, 매우 위험 등 5단계로 나뉘어 있으며 우리 경제는 지난 2007년 9월 보통 구간에서 위험 구간으로 두 단계 떨어진 데 이어 금융위기를 앞둔 지난해 8월에는 1레벨로 내려앉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우리 경제의 위기극복 상태를 점수로 계량화한 ‘위기판단지수’를 파악한 결과 25.25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었던 올 1월(8.85)보다 3배 정도 안정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위기극복 수준인 62.35~71.80에 비하면 여전히 절반 아래로 조사됐다. 이 지수는 2월 12.15를 기록한 후 상승세를 이어왔다. 세부항목별로 분석하면 기업 위기판단지수가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ㆍ판매 사이클, 수익성, 자금조달 관련 7개 지표로 구성된 기업지수는 지난해 12월 23.7까지 내려갔다가 올 1월부터 회복세를 타며 6월 66.1까지 올라갔다. 상대적으로 충격이 컸던 금융지수는 지난해 12월 0.0까지 하락했다가 올 6월 14.5로 서서히 회복세를 타고 있다. 경제주체의 위기극복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경제위기극복가능지수’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ㆍ기업ㆍ가계 등 3개 부문의 선행지표를 지수화한 이 지수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이머징 시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지난해 4월 이후 하락해 지난해 말 28.0까지 떨어졌다가 올 1월 반등해 6월 53.6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아직도 위기극복 가능 구간(62.0~66.7)에는 못 미쳐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상무)은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분석시점(6~7월)에서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는 위기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경기 회복세가 더뎌 수출경기 회복을 통한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내수부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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