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금융당국이 사실상 중징계 방침을 굳혔지만 임 회장은 추석 연휴에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방위 해명에 나섰다. 특히 임 회장은 수차례에 걸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직접 겨냥,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당국이 분명한 메시지를 줬음에도 KB와 당국 간 힘겨루기 모양새로 대립하면서 임 회장에 대한 징계는 법정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국의 중징계 이후 임 회장이 여론의 압박에 밀려 사퇴할 가능성도 있지만 끝내 물러나지 않을 경우 혼란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 '중징계' 방침 굳혀…임, 거센 반격=당국 내부에서는 중징계 방침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임 회장 체제로 KB를 끌고 가기 어렵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며 "현재로서는 금감원의 건의를 수용해 중징계안을 의결하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국자는 "금융위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결정을 뒤엎는다는 것은 곧 원장보고 나가라는 것과 같다"며 "이 경우 불어올 후폭풍은 신제윤 위원장조차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가지고 "금감원장의 결정으로 KB금융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다"면서 비판 수위를 한층 높였다.
임 회장의 반박 논리를 요약해보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나타난 에러는 테스트 과정에서의 오류일 뿐이며 오류를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교체 예산을 포장하지 않았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민은행 임원 인사에도 강압적 개입을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흔들리면 KB 1년간 또 혼란"…임 회장 임기 완주(?)=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의 거센 반발과 관련, '소송으로 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리 판단에 중심을 두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의 결과가 금감원장을 거치며 바뀌었다는 것은 법률 싸움으로 가면 임 회장의 승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임 회장은 이에 따라 당국의 중징계 방침이 확정돼도 이의신청보다는 행정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임기가 2년이나 남았고 소송 자체가 장기간 계속되기 때문에 당국의 사퇴 압박을 버티면서 경영실적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의 경우 지난 2009년 1월 중징계결정에 불복한 행정소송에서 3년 만에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당국과의 법리 싸움을 떠나 여론과 KB 노조의 반발을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 회장도 이날 "내가 흔들리면 KB는 1년간 또 혼란이 온다"며 임기 완주 의사를 내비치면서도 '금융위가 중징계를 최종 의결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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