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우려, 엔저, 중국 경기부양책 기대 약화, 이슬람국가(IS) 공습 등 동시에 몰아치고 있는 4각 파고에 코스피가 휩쓸리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될 시점을 예측하기 힘들어 코스피가 다시 2,000선 전후까지 밀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대비 0.51%(10.36포인트) 하락한 2,028.91포인트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단기 박스권 상단인 2,030포인트를 밑돈 것은 지난 7월24일 이후 두 달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그동안 순매수 행진을 이어오던 외국인의 매도세 전환이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2,432억원을 내다 파는 등 4거래일 연속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 기간 8,349억원을 팔아 치웠다. 그동안 매수세를 이어오던 연기금도 이날 503억원을 내다 파는 등 이틀 연속 순매도했다.
이날은 특히 대형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005930)는 전날 대비 2.27% 하락한 116만1,000원으로 마감해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또 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012330)·SK이노베이션(096770) 등 시총 상위주도 장 중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포스코 역시 5.65%나 빠진 33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지수상승을 지지해왔는데 최근 들어 외국인들이 계속 매도를 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돌아선 것은 결국 한국 시장이 2,080~2,100선을 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이러한 판단의 바탕에는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3·4분기 실적 전망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절대적인 삼성전자의 실적 추락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3·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컨센서스는 6조2,100억원으로 두 달 전의 8조원에 비해 2조원 가까이 줄었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에서는 4조원 초반대를 전망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시총 상위 100개사의 전체 3·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28조8,700억원으로 7월 말의 31조원에 비해 6.9% 감소하는 등 갈수록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실적과 주주가치에 반하는 현대차의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고가 낙찰이라는 돌발변수도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급격하게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말레아시아계 증권사인 CIMB증권의 이도훈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아시아 3개국과 유럽을 돌면서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최경환발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현대차 사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도 코스피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원화보다 엔화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 초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가 다가오면서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엔화 약세를 부추겨 수출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 기대감이 약화된 점도 국내 증시에는 아쉬운 점이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HSBC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50.2)를 웃돌았다. 중국 정부로서는 쉽사리 경기부양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연구원은 "PMI가 예상보다 좋게 나온데다 국경절이 다가오고 있어 경기 부양책을 쓰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지난해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8%로 높았기 때문에 올 3·4분기 GDP 성장률은 연간 대비로는 부진하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코스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국내외 경제 변수 외에 미국의 시리아 내 IS 공습이라는 정치적 변수도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처럼 코스피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게 전개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박스권 하단이 더 내려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그동안 박스권 하단이 높아졌던 게 다시 2,000선 부근까지 내려올 가능성이 높으며 2,000선도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반등시기에 대해서도 쉽사리 예측을 못하고 있다. 다만 연구원들은 공통적으로 기업실적 회복과 중국 경기를 코스피 반등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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