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다시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잠시 순매수로 돌아섰던 외국인들이 또다시 순매도를 강화하고 있는 것.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98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7일 연속 순매도로 누적 규모가 1조8,000억원이나 된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최근 투신권의 매수 여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지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외의 자금유출 상황과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매추이 등을 볼 때 올해 안에는 외국인들의 매도 태도에 기조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주요 순매도 세력인 미국과 영국계 펀드의 한국에 대한 시각이 변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계 펀드에서 한국물을 5개월 연속 순매도하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영국계 펀드는 10월에도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한번 매매방향을 정하면 6개월 이상 유지하는 특성이 있어 당장 한국에 대한 시각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하고 있어 자금 여력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 내 해외자본은 지난 8월 한달 동안에만 1,630억달러가 유출됐다. 신용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유출 규모가 다소 줄어들더라도 해외에서의 주식매수 여력에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은 파는 업종에 대해 계속 팔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7~8월 두 달간 외국인의 순매도는 운수장비ㆍ화학ㆍ철강금속ㆍ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9~10월 외국인 매도 상위 업종도 철강ㆍ전기전자ㆍ운수장기ㆍ증권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이날 선물시장에서 8,000계약 이상을 순매수해 매매 태도에 대한 변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속성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아직 큰 의미를 부여하긴 이르다고 진단하고 있다. 강송철 대우증권 연구원도 “이날 낙폭이 과대했다는 인식에 외국인 선물 매수가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매수 기조로 돌아설지, 낙폭 과대에 따른 매수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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