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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가 프랑스 아웃도어브랜드 라푸마(Lafuma)의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인수합병(M&A)에 대해 신중할 필요성이 커진데다 LG패션이 라푸마의 알짜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하더라도 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가 라푸마의 프랑스 현지실사(Due Diligence)를 마쳤지만 매입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랜드 측은 애초 중국 사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사업가치가 예상보다 낮다는 판단에 인수하지 않는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는 지난 9월 라푸마그룹의 경영권을 포함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65.21%를 약 1,800억원가량에 인수하는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이 진행되며 프랑스 현지실사를 마쳤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랜드 측에서 글로벌 경기침체로 판단이 신중해졌다"며 "사업성 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라푸마그룹은 라푸마ㆍ밀레ㆍ아이더ㆍ르샤모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에서의 상표권을 대부분 매각한 상황이다. 아이더와 밀레의 국내 상표권은 2008년 K2코리아, 2009년 밀레코리아에 매각됐고 라푸마의 국내 상표권은 2009년 LG패션에 100억원가량에 팔렸다. 또 LG패션과 라푸마는 각각 51대49의 지분으로 중국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LG패션이 중국법인의 경영을 담당하고 라푸마는 수익을 분배 받는 형태다. 이랜드에서 라푸마를 인수해도 국내는 물론 중국 내 사업의 확장이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패션이 중국 합작법인의 지분을 51% 보유하고 있어 라푸마 본사의 매각 여부와 관계 없이 LG패션이 중국 사업을 계속 주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랜드는 또 미국 스포츠브랜드인 케이스위스(K-Swiss)의 본사 인수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실사를 마친 결과 자산가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자 상표권만 매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케이스위스 측이 반대해 딜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랜드는 현재 이탈리아 아웃도어업체 몽클레어 인수를 고려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랜드는 몽클레어의 현지실사를 시작했지만 올해 내에 인수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몽클레어는 현재 헨리코튼ㆍ마리나요팅 등 4개 브랜드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인수 예비대상 기업들과 협의하고 있다.
그동안 의욕을 보였던 쌍용건설 인수에도 신중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랜드는 8월 쌍용건설 인수와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쌍용건설의 우발채무 지급보증과 관련 매각 주최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이견을 보이며 협상이 깨졌다. 최근 극동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건설업계의 재무위험성이 커진데다 쌍용건설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까지 하락하면서 쌍용건설 인수에 부정적 의견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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