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위기·저유가 쇼크… 러·인도 금리인하 선봉에 산유국들도 "내릴수밖에"
"성장률 훼손 우려 크지만 치솟는 물가 놔둘수가 …"
브라질은 마지못해 올릴듯
"양적완화 등으로 경기부양"… 스웨덴·스위스 등은 동결
올해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에 고민스러운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기회복, 디플레이션 우려, 저유가 쇼크 등 거시경제적 지각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발생 이후 7년이 넘으면서 각국마다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경제상황도 셈을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4대 중앙은행중 미국과 영국은 올해 금리 인상을, 유럽과 일본은 극도로 완화된 통화정책을 단행하며 디커플링(비동조화)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머징 국가들 중에선 지정학적 위기로 요동치고 러시아, 제2의 중국으로의 비상을 꿈꾸는 인도, 경착륙 우려에 시달리는 중국 등이 통화정책 완화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통화정책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과 각국의 전략도 달라질 것으로 보여 각 중앙은행들의 행보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지는 때다.
◇러·중·인도 금리인하로 경기대응 '군불때기'= 블룸버그의 전문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전세계 28개 중앙은행 중 10곳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관측됐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을 비롯한 6곳은 인상, 12곳은 동결할 것으로 예측됐다.
금리인하의 선봉에 설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러시아와 인도다. 지난해 크림반도 합병 이후 지정학적 위기와 저유가 쇼크로 휘청거린 러시아는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기 위해 충격요법을 썼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한번에 6.5% 포인트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후 성장률이 더욱 둔화되고 수입물가가 급등하자 한달 후인 올 1월에는 다시 금리를 15%로 2% 포인트 기습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4% 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결국 일년만에 금리를 예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는 롤러코스터 통화정책인 셈이다.
경기 둔화에 시달리는 중국도 올해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인민은행은 1년만기 대출 금리를 5.6%로 0.4%포인트 인하했다. 올 들어서도 지급준비율 조정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는 있지만 부동산 경기 급랭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0.35%포인트를 추가로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도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유력한 국가로 꼽힌다. 인도는 올해초 기준금리를 8%에서 7.75%로 낮췄다.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2013년 6월 이후 1년 7개월만이다. 인도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금리 인하를 주저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가가 급락하면서 물가 걱정을 덜어냈다. 저유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도 인도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른 금리인하 폭은 0.5%포인트다.
저유가로 경제에 먹구름이 덮친 산유국들도 금리인하로 경기 띄우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의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 노르웨이, 호주가 각각 올해 0.25%씩 기준금리를 낮추는 게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저성장 저물가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도 현행 2%에서 0.25% 포인트 인하한 1.75%로 금리를 하향조정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다.
◇미·영 금리인상은 확실시…시기만 저울질= 반면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는 국가들도 있다. 경제가 호전이 이유인 곳도 있지만 경제가 나빠 이탈하는 자금과 치솟는 물가를 잡기위해 마지못해 올리는 국가도 있는 등 사정은 제각각이다.
미국 연준은 경제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자 금리인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보내고 있다.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은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 경기의 상승세가 지속되면 금리인상을 고려할 것"이라면서 "그 전에 포워드 가이던스를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연준이 올해 9~10월쯤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연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총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게 현재까지의 대체적인 예측이다.
영국도 금융위기이후 양적완화와 부동산 시장회복에 힘입어 성장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후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 중앙은행이 기존금리를 올해 최소 0.25% 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경제 성장률 훼손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브라질은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 마지못해 금리를 올렸다.
한편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 유럽, 일본 등은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없어 양적완화 등 다른 정책수단을 동원해 부양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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