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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등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 위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신용등급을 각각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을 각각 'AA-' 'BBB+'에서 'A+' 'BBB'로 하향했다. 한신평은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해양플랜트 시장 침체, 건조차질 및 공정효율성 저하 등 영업상 부담 때문에 앞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고 실적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불황업종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평사 3사 모두 조선업체들에 대해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채무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기면 추가 하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신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자본확충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거나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이 현실화하면 등급 하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엔지니어링업계의 신용등급에 대한 불안도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지면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신평은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해 해외 부실 사업장의 공기 지연으로 수익성 회복이 늦어지고 있으며 수주도 줄어들어 일정 수준 역성장이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약점은 미청구공사(시공사가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하지 못한 금액)로 공사 초반에는 매출로 잡히지만 공기가 연장되거나 매출원가가 오르면 손실로 바뀐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건설업체 미청구공사 규모는 지난 6월 말 현재 15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항공업계의 경우는 당초 저유가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쟁심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실적이 부진하면서 등급이 낮아졌다. 한기평과 NICE신용평가는 나란히 최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췄고 한기평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도 'BBB+'에서 'BBB'로 내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4분기 각각 26억원과 61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저유가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신용등급이 깎였던 정유업계도 불안하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원유수요가 줄어 유가가 떨어지면서 업계의 정제마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S-OIL의 경우 신용등급은 'AA+'지만 신용등급전망이 '부정적'이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가변동성 확대, 설비 확대에 따른 공급부담 등 실적저하 요인이 내재돼 있어 상반기와 같은 업황호조가 지속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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