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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4월 10일] 이미지 정치의 말로
입력2009-04-09 18:31:52
수정
2009.04.09 18:31:52
“국민이 어리석었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대하긴 했지만 돈은 받지 않을 걸로 믿었습니다.”(중소기업 사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돈을 받았고 그 돈이 결국 노 전 대통령에게 갔을 것이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한 기업체의 사장은 이 같은 허탈감을 내보였다. 그의 말대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그가 적어도 뒷돈 받는 정치인과는 다르리라고 생각한 국민이 많았다.
국민은 정치인에게 보다 높은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고 기대한다. 하지만 국민이 적용하는 윤리적 잣대와 정치 현실은 차이가 많다. 선거와 의정 활동에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합법적인 통로로 자금을 끌어다 쓰는 일도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여야를 떠나 대개의 정치인들이 공감하는 바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 만은 이러한 현실의 턱을 뛰어넘으리라 믿은 이유는 뭘까.
노 전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이미지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지지자가 모아준 노란 돼지 저금통이 대선 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도덕성으로 무장한 개혁 이미지는 그의 정치적 밑천이 됐다.
엄정한 친인척 관리를 장담한 그의 말은 다른 대통령과는 달리 무게가 실렸고 믿음도 갔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권씨는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친인척 비리를 막겠다”고 말했고 노건호 씨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겠다”고 밝혔다. 비주류 정치인의 가족으로 살아온 그들 얼굴에서 의구심을 품기는 어려웠다.
형 노건평씨가 불법 자금을 수수하고 청탁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수감됐을 때만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건평씨의 아들이 박연차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급기야 노 전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 건호씨가 불법 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이미지를 통해 정치의 희망을 찾으려던 국민은 차가운 현실에 부딪쳤다. 이미지와 현실의 차이만큼이나 배신의 아픔은 크다. 그런 국민 앞에 그는 “검찰과 제가 아는 진실은 다르다”고 항변한다. 실체적 진실과 ‘노짱’의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이제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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