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주가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대표 간판주 판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 주가가 증시 대표주인 삼성전자를 따돌린 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데다 증시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철강 시황 호조와 탄탄한 펀더멘털를 기반으로 포스코의 약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삼성전자와 ‘증시 대표주’를 놓고 팽팽한 자리다툼이 지속될 전망이다. 21일 포스코 주가는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0.15% 오른 67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2.20% 하락해 53만4,000원으로 밀린 삼성전자와는 13만원선으로 가격 차를 벌려놨다. 올초 32만원대에 머물던 포스코는 국제 철강 수요 증가와 글로벌 철강업계의 인수합병(M&A) 재료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거듭, 지난 3일(종가 59만2,000원) 8년여 만에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시가총액도 이날 58조5,018억원(시총 비중 6.21%)으로 시총 1위인 삼성전자(78조6,577억원ㆍ8.25%)를 20조원선 이내로 바짝 따라붙었다. 1년 전(2006년 10월2일 기준) 삼성전자 시총이 98조원으로 포스코 시총(4위ㆍ21조원)의 4배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의 급상승으로 한국 증시의 ‘간판주 프리미엄’이 점차 삼성전자에서 포스코로 이동할 것으로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철강재 가격의 상승 모멘텀과 아시아 지역 철강주들의 지수영향력 증대, 우량 자회사의 가치 부각 등 호재가 포스코의 추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포스코의 목표주가를 기존 65만원에서 80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가격 상승분을 충분히 철강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어 영업실적 호조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중국의 철강 수요가 적어도 오는 2009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포스코의 3ㆍ4분기와 4ㆍ4분기의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니켈 가격 하락으로 스테인리스스틸(STS)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고마진 제품 비중을 늘려 하반기 실적은 예상과 달리 어닝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지고 있고 외국인의 매도세도 심상치 않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이날까지 단 하루를 빼고 14일 동안 매도 우위를 이어가며 414억원(20일 기준)을 팔아치웠다. 삼성전자는 2ㆍ4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지만 D램 부문의 부진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민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최근 HP가 4ㆍ4분기 초까지 PC 주문을 축소한 것도 D램 업황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의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회복 국면에 들어선 LCD 부문과 낸드플래시, 핸드셋 부문의 호조로 하반기 수익성 개선폭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ㆍ4분기 1조원을 밑돌았던 영업이익이 3ㆍ4분기와 4ㆍ4분기 각각 1조8,101억원, 1조7,79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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