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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중기] 씽커즈

「그들은 지독한 기술자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비즈니스맨이 되겠다고 선언했다.」제품의 기술적인 완성도를 추구하느라 영업을 소홀히했다면 좋은 평판을 얻기 힘들다. 냉정한 기업세계에선 당연하다. 상품이 조금 처져도 마케팅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이 사업이라고 한다면 더욱 그렇다. 인터넷을 이용한 다자간 통화시스템 「멀티폰」을 개발한 씽커즈(대표 황진성) 사람들은 이런 각도에서 보면 답답할만큼 안타깝다. 이들은 세계 최고의 음성입력 및 재생 기술을 가졌다. 가장 작은 용량으로 컴퓨터를 통해 대화할 수 있는 것이 멀티폰이다. 이것은 흔한 인터넷폰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음성통화 프로그램이다. 음성 송수신에 2.9KBPS의 저대역폭을 사용하고 송·수신때 음의 지연이나 손실을 방지하는 기능을 겸비해 14.4K 모뎀이상이면 누구나 좋은 음질로 대화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수백가지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용량때문에 음성을 넣지 못하고 글(텍스트)만을 쓰는 컴퓨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200명까지 참여하는 컨퍼런스도 이 안에서 가능하다. 모뎀을 사용해 세계 어느 나라와 국제통화를 하더라도 국내 시내 통화요금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한시간에 600원이면 충분하다. 黃사장은 『멀티폰은 문자는 물론 음성, 화상통신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리딩(READING) 대학에서 국제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선임자문관까지 지낸 黃사장의 이상(理想)이 현실화하는 출발이었다. 싱커즈맨들은 셀 수 없는 밤을 쓴 커피와 함께 사무실서 보냈다. 하지만 멀티폰은 나오자마자 IMF 한파를 만나고 말았다. 주요고객인 대학과 기업체, 공공기관들이 제품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예산을 이유로 구입을 미뤘다. 부도까지 가진 않았다. 하지만 黃사장은 개인재산을 다 털어야 했고 가족·친지들에까지 본의 아닌 폐를 끼쳐야 했다. 미국에서 일할때 『한국을 국제화하는데 일생을 바치겠다』며 『영어를 보급하고 누구나 인터넷을 편하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소명(所命)』이라던 黃사장도 힘이 빠져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기로 했다. 컴퓨터 앞에서 외국인 강사와 직접 대화하며 영어를 배우는 「가상대학 시스템」, 회의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동(動)영상으로 뜨고 사이버쇼핑몰에 들어가 제품과 가격을 보는 것은 물론 상담원을 불러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들도 만들었다.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 이것을 들고 黃사장은 미국으로 날아갈 계획이다. 영업을 위해서다. 한국 경제사정이 펴질 때까지 넓은 미국시장에서 돈을 벌어볼 방침이다. 이미 많은 곳에서 판권제의가 들어와 있었다. 직원들도 몇달씩 월급을 못 받았지만 제품에 대한 자부심으로 버티고 있었다. 월급은 없이 판매수익을 나눠갖기로 약속하고 같이 뛰기로 했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철저하게 장사꾼이 되기로 했다. 「튼튼한 정보대국 건설」 「PC를 가장 잘 쓰는 국민」을 만들겠다는 국가시책을 이들은 앞당겨 실현시킬 주역이었다. (02)523-6623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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