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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어패류 날로 먹지마세요
입력2003-06-30 00:00:00
수정
2003.06.30 00:00:00
박상영 기자
지난달 13일 전남 광양에서 올 첫번째 비브리오 패혈증 사망자가 발생했다. 매년 생기기 때문에 모두 조심하고 있기는 하지만 연간 10∼20여명의 사망자가 나타나는 걸 보면 아직도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먹거리 하나쯤이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여름철에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치사율 무려 40∼60%
비브리오 패혈증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6∼10월 대체로 서남해 해안지방에서 발생한다. 환자 대부분은 40대 이상(88%)의 남자(94%)로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92%), 특히 간 질환이나 매일 다량의 술을 마시는 사람(70%)에게 잘 발생한다.
그 외에 당뇨병이나 악성종양, 위장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도 잘 발생하므로 이런 환자들은 어패류의 생식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발생 건수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일단 한 번 발생하면 치사율이 40∼60%이기 때문에 무서운 식중독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원인은 바닷물에 있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Vibrio. Vulnificus)으로 생선회나 굴ㆍ낙지 등 어패류를 익히지 않고 섭취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을지대학병원 박성규(소화기내과) 교수(042-259-1226)는 “드물게는 피부에 상처가 난 상태에서 바닷물에 들어가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예를 들면 원래 있던 상처 부위나 벌레 물린 곳이 균에 오염된 바닷물에 접촉하거나 어패류를 손질하다 다치거나 낚시 도중 고기에 찔린 상처를 통해 균이 침입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첫 번째로 발생한 비브리오 패혈증 사망환자의 감염원인이 조개채취 작업중 손ㆍ발 등의 상처난 피부를 통한 것으로 알려져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살이 썩어 들어가는 무서운 질병
증상은 우선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고 16∼20시간 후 갑자기 오한ㆍ발열ㆍ의식혼탁 등 전신증상으로 시작되며 발병 36시간 이내에 팔 다리에 출혈, 수포형성 및 궤양 등이 나타난다.
이렇게 생긴 붉은 반점이 점차 썩어 들어가므로 목숨에 지장이 없더라도 문제의 부위를 도려내야 한다. 심할 경우 피부를 이식하거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피부 병변은 3단계(염증기ㆍ수포기ㆍ괴저기)로 나눌 수 있다. 피부 병변이 나타나는 초기(염증기)에는 갑자기 벌에 쏘인 것처럼 홍반성 국소 부종이(가장자리가 뚜렷하지 못함) 나타난다.
이는 비브리오패혈증의 특징적인 증상 중의 하나로 병변부에 심한 통증이 동반되고 피부병변이 주로 하지에 발생하기 때문에 다리가 매우 아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홍반 부위가 확산되고 통증이 사라지면서 수포 부종 출혈이 시작된다(수포기). 병이 진행되면 혈성 수포도 나타나고 수포가 터져 궤양을 남기고 쇼크와 함께 여러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일단 쇼크에 빠지면 대부분 사망한다.
◇단순한 장염 식중독의 경우
역시 날 어패류에 서식하는 비브리오균이 원인이지만 단순한 장염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균이 있는 어패류를 먹은 뒤 10∼18시간 이내에 급성 설사증상이 나타나며 상복부가 아프다. 대부분 2~3일 지나면 회복되지만 설사가 심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장염 비브리오균은 민물과 바닷물이 합치는 곳에 많이 서식하기 때문에 이런 장소에서 잡은 생선을 날로 먹으면 식중독에 걸리기가 쉽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젓갈 내의 높은 염분 농도 내에서도 오랫동안 살 수 있기 때문에 젓갈을 먹고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다.
설사가 심해 탈수증이 우려될 경우 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주요 감염 경로는 손이므로 외출 후 또는 음식을 먹기 전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여름철 어패류 반드시 익혀먹어야
무엇보다 여름철에는 어패류를 날로 먹지 않는 게 중요하다. 생선회 등을 먹은 뒤 오한과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박 교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잠복기가 짧고 병의 진행이 빠르며 사망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생존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방법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첫째 균이나 균독은 56℃이상 열을 가하면 파괴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어패류를 반드시 끓이거나 구어 먹는다. 둘째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6∼10월 사이에 어패류를 날 것으로 먹지 말아야 하며 강 하구에서 낚시나 수영을 하지 않도록 한다. 셋째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자들이 어패류를 생식했을 때는 즉시 병원을 찾는다.
비브리오 장염의 경우 설사 등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을 주로 쓴다. 그러나 저항력이 약한 유아나 노인, 병약자들은 특별히 주의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설사나 구토로 인해 탈수현상이 심할 때는 물을 많이 마시거나 주사제 등으로 수분을 보충해 줘야 한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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