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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2-3.독일-수도이전 후유증 최소화
입력2003-07-23 00:00:00
수정
2003.07.23 00:00:00
권구찬 기자
지난 49년부터 반세기 동안 옛 서독의 수도 역할을 했던 본(Bonn). 병풍처럼 둘러진 울창한 숲을 끼고 라인강이 흐르는 도시 여기저기에는 로마네스크와 바로크양식의 고풍스런 건축물들이 장승처럼 서서 도시의 정취를 더해준다. 인구 30여만명의 도시가 주는 인상은 그야말로 여유와 안정 그 자체다.
하지만 언뜻 조용해보이는 이 도시의 내면에는 갈등과 발전의 에너지가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91년 베를린으로 행정수도 자리를 내어준 이후 나타난 경제적ㆍ사회적 충격을 흡수하고 독일의 `경제수도`로 탈바꿈하기 위한 움직임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공백의 최소화= 수도이전 이후 본에 남겨진 우선 과제는 행정기관의 베를린 이전에 따른 경제적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정부 부처가 대거 이전할 경우 해당 공무원과 함께 관련 서비스 업체까지 옮겨갈 수 있어 단기간에 4만여명에 이르는 실업자 양산과 경기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또 이들 기관ㆍ업체의 이전은 도심 내 빌딩에 대거 공실을 발생시키고 해당 공무원과 근로자들의 이주로 빈 집이 늘어나는 등 부동산시장도 위축될 우려가 컸다.
이 같은 공동화를 막기 위해 독일정부가 선택한 복안은 본의 행정기능을 일부 남겨두는 것이었다. 당초 본에는 독일의 20개 정부 부처 중 15곳이 있었는데 이중 농림부 등 5곳을 본에 남겨두고 타 지역에 있던 1곳의 정부부처를 본으로 옮김으로써 모두 6곳의 정부부처가 본에 잔류하게 됐다. 또 정부부처 이외에도 프랑크푸르트 등에 있던 연방정부 산하기구(federal agency)를 본으로 이전시킴으로써 제2의 행정수도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 연방건설교통부의 미첼 데레스(Michael Deres) 수도이전담당팀장(regierungsdirektor, Bundesministerium fur Verkehr, Bau- und Wohnungswesen)은 “수도이전 초기의 여러 부작용들은 지난 10여년간 지속된 연방 및 시정부의 적극적인 보완책으로 대부분 상쇄된 상태”라며 “다만 이로 인한 세금증가 등의 문제가 독일정부의 숙제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도시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으며= 수도이전 충격을 최소화한 이후 본의 시정부가 당면한 두번째 과제는 도시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는 것이었다. 행정수도로서의 면모에서 벗어나 경제수도로서 변신해야 했던 것.
본의 시정부는 이를 위해 적극적인 기업 및 국제기구 유치활동을 벌였다. 시정부는 본이 유럽연합(EU)본부가 있는 벨기에의 브뤠셀에서 가까운데다가 교통 및 사무인프라가 잘 갖춰져 국제기구 및 관련기관들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또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을 이용하면 공업중심지인 쾰른까지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 기업의 입지여건에도 적합하다는 장점도 내세웠다.
대형 공기업 본사의 유치도 이뤄졌다. 독일 최대의 통신사인 도이체텔레콤(Deutsche Telekom,96년까지 공기업)과 유럽최고의 화물ㆍ우편배송업체인 도이체포스트(Deutsche Post)의 본사를 본으로 옮김으로써 고용진작과 지역경기 활성화를 도모한 것
독일연방건축도시연구소의 벤더린 슈트루벨트(Wenderlin Strubelt) 부소장(vizeprasident, Bundessamt fur Bauwesen und Raumordnung)은 “독일에서는 강성 노조가 기업의 이전에도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탓에 타지역으로의 기업 이전이 쉽지 않다”며, “이로 인해 정부는 주로 공기업을 중심으로 본으로의 이전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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