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업계가 이라크에서 들여오는 원유 수입물량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도입단가가 싼 이라크 원유를 모두 인근 중동 지역으로 대체하면 연간 수천억원의 비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라크산 원유가 가장 싸기 때문인데 당장 올해 감소분만 감안해도 1,000억~2,0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12일 정유 업계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원유 1,000배럴당 도입단가는 이라크가 약 10만5,000달러로 15개 수입실적 국가 중 가장 저렴했다. 우리나라는 6월에만 이라크에서 623만8,000배럴을 들여왔고 상반기에는 3,433만배럴을 수입했다.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월 기준 1,000배럴당 가격이 10만9,000달러, 수입 2위국인 쿠웨이트는 10만8,000달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와 쿠웨이트에서는 지난 6월에만 각각 2,268만배럴, 1,195만배럴을 수입했고 상반기 기준으로는 1억4,058만배럴, 6,816만배럴을 들여왔다.
다른 중동 국가나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 가격 차가 더 두드러진다. 6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수입한 원유 단가는 1,000배럴당 11만달러였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라크 원유가격은 6월뿐 아니라 최근에도 가장 저렴했다"고 말했다.
이라크원유 도입물량을 다른 중동 국가로 대체할 경우 도입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의 경우 전년 대비 이라크산 원유도입 물량이 37% 줄었다. 이 37%를 사우디 원유로 대체했다고 가정하면 6월에만 약 146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7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1,000배럴당 단가가 10만2,000달러였던 이라크 도입물량을 모두 사우디(10만9,000달러)로 돌린다고 가정하면 약 6,300억원의 부담이 늘어난다. 현재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이라크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이라크산 원유를 대체하면 단가 차이 때문에 경영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