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수입차의 대항마로 개발한 준대형 신차 '아슬란(사진)'은 가솔린 모델만 나오고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은 출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 디젤'과 'K7 하이브리드' 등 동급차 판매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대한 줄이면서 디젤이 대세인 수입차에 가솔린 모델만으로 대응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역(逆)발상 전략이다.
11일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출시 이후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현재로서는 아슬란의 경우 디젤과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내부방침을 세웠다"고 전했다.
오는 10~11월 출시 예정인 아슬란은 '그랜저(전장 4,910㎜)'와 '제네시스(4,990㎜)'의 중간 차급이다. 이 차에는 그랜저 상위 모델에 들어가는 3.0ℓ나 3.3ℓ 가솔린 엔진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아슬란의 디젤·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디젤차가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수입차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솔린 모델에 집중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가 공개적으로 밝힌 아슬란의 경쟁차인 BMW '520d'와 메르세데스벤츠 'E 220 CDI',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 블루모션' 등이 모두 디젤차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아슬란을 해외 수출 없이 '내수 전용'으로 활용한다는 기존 방침도 고수키로 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출시 전부터 구체적인 수출 계획을 잡아 놓은 '쏘나타'나 '제네시스'와 달리 아슬란은 우선 한국 고객들만을 위한 차로 선보이려고 한다"며 "국내에서 수입 브랜드를 잡기 위한 전략 차종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전 차종 가운데 해외 수출을 하지 않는 모델은 '레이'와 K7 하이브리드, 그랜저 디젤과 하이브리드차 뿐이다.
현대차가 아슬란의 디젤과 하이브리드 출시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데에는 회사 내 동급차 판매량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간섭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난 6월 말 출시된 '그랜저 디젤'은 현재까지 3,500대가량 판매됐으며 '그랜저 하이브리드' 역시 올해 8,990대나 팔렸다. K7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K7 전체 판매량의 20%에 육박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한편 아슬란 가격은 4,000만원대 초중반대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되며 인체공학적 설계와 효율적인 디자인을 통해 넉넉한 내부공간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