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은 삼성SDI에 분기점이 된 한 해였다. 지난해 7월 옛 제일모직으로부터 소재 부문을 가져오면서 기존 주력사업이던 2차 전지에 전자·화학제품의 소재를 아우르게 돼 그룹 내 핵심계열사로 위상을 다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SDI 내부에서도 "소재 화학 분야는 전자제품 제조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인 만큼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다.
물론 아직은 '수직 상승'이라고 할 정도의 실적 변화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신호가 엿보인다.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14%가량 올랐다. 통합 삼성SDI를 이끄는 조남성(사진) 사장의 표정에도 자신감이 읽힌다. 삼성SDI가 소형 전지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경쟁력에 조직 통합의 시너지까지 어우러질 경우 5년 새 매출 3배 성장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SDI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는 중대형 전지 분야 등에서 올해 얼마나 성적을 낼 수 있느냐가 이 회사의 최대 과제"라고 지적했다.
◇"전자·화학 통합으로…5년 내 매출 3배 이룬다"=삼성SDI는 옛 제일모직 소재 부문을 흡수하면서 케미칼 사업부와 전자 재료 사업부가 신설됐다. 케미칼 사업부는 TV와 세탁기·냉장고와 휴대폰 등의 내·외장 수지를 만든다. 전재 재료 부문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의 소재를 책임진다.
합병 이후 반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만족스러운 상황까지는 아니다. 매출액이 지난해 4·4분기 1조9,101억원으로 전 분기(1조8,918억)보다 소폭 올랐지만 '삼성의 힘'을 온전히 보여줬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S5의 판매량에 상당 부분 연동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삼성SDI는 스마트폰의 성패에 따라 실적의 명운이 크게 갈리는 매출 구조다. 휴대폰에 탑재되는 소형 전지의 매출 비중이 전체 배터리의 9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실적 전망이 충분히 낙관적이다. 디자인과 성능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이룬 갤럭시S6가 벌써부터 대박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재 부문 통합의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하반기 즈음에는 실적 상승폭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는 5년 연속 1위를 질주 중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SDI의 점유율은 27.1%로 2위인 LG화학(19.6%)과는 7%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 강화하고 전자 의존 줄여야=실적 변동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소형 전지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했지만 '5년 새 매출 3배 달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대형 전지 사업에서의 도약이 필수다.
전기차 시장 규모가 올해 260만대에서 오는 2020년에는 770만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과 AESC·파나소닉 등에 이은 4위에 머물러 있다.
다행히 전망은 나쁘지 않다. 우선 세계적인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인 BWM와의 협력 관계가 갈수록 굳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BMW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삼성SDI는 'i3'와 'i8'에 이어 내년 출시 예정인 '3시리즈'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에도 자사 제품을 탑재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SDI가 지난달에 단행한 마그나의 전기차 배터리 팩 사업 인수는 관련 분야의 영토 확장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올해 안에 연간 4만대 이상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중국 시안의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SDI의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약 30%로 추정되는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여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전기차 시장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한다면 소형과 중대형을 아우르는 전지 분야의 진정한 강자로 올라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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