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나 GM차를 사겠다는 미국 소비자들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애드먼즈닷컴) 파산보호신청을 한 크라이슬러나 GM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미국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노렸던 현대ㆍ기아차가 오히려 ‘역풍’을 맞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3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6만2,997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5만9,558대 보다 5.5% 늘어난 실적이지만 시장점유율은 7.3%에서 6.8% 하락해 점유율 순위도 7위로 떨어졌다. 현대ㆍ기아차측은 “그래도 선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다만 점유율은 미국 시장 수요가 늘면서 미국 브랜드들의 판매가 다소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들의 선택은 미국 토종 브랜드에 모아진 경향이 두드러졌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빅3’ 중 파산보호신청을 하지 않은 포드는 5월 중 16만1,197대를 판매해 전월대비 19.6%나 늘었다. GM도 전월대비 11% 늘어난 19만881대를, 크라이슬러는 3% 증가한 7만9,010대를 판매했다. GM의 경우 파산보호신청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시장점유율(20.6%) 1위를 고수했고, 포드는 17.4%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의 예상 밖 선전에 대해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미국차 살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빅3의 5월중 판매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이 미국 차를 살 것인가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미국 업체들의 파산을 북미시장 점유율 제고에 호기로 삼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는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브랜드들과의 ‘본 게임’에 대비한 장기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지난달 미국 ‘빅3’의 판매 호조는 무이자할부판매 등 마케팅을 강화한 요인이 컸다”며 “따라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 비슷한 마케팅을 구사했던 현대차의 전략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뉴 GM’이 출범하는 9월 이후에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며 “현대ㆍ기아차는 이에 대비한 장기 전략을 세워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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