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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무엇을 남겼나

'팍스 아메리카나' 균열… 다극체제로 '파워 시프트' 시작<br>유럽·국제금융기구 세계경제 발언권 더 커져<br>中위상 업그레이드… 신흥국 영향력도 확대<br>리더십공백 최소화위해 다자간 협력 중요해질듯


이번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결과는 표면상으로는 미국과 유럽이 전략적 공조 속에 서로 원하는 것을 챙긴 윈윈 회의로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살피면 미국보다는 유럽이 더 큰 실익을 챙긴 회의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합의문에도 잘 나타났듯이 대부분의 주장을 관철시킨 유럽과 재원이 크게 늘어나게 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세계경제에서 발언권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흔들림 없이 유지돼온 달러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에 균열이 시작됐음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해왔던 앵글로색슨 자본주의에 일대 수정이 가해지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국가 간 파워 시프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로버트 호매츠 골드만삭스 부회장은 “이번 회담으로 한 시대가 저물고 있음이 증명됐다”며 “미국의 패권은 점점 약화되고 유럽과 중국 등 신흥 경제대국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럽과 국제기구의 위상 강화=프랑스와 독일이 중심이 된 유럽의 이번 회의 성적표는 단연 ‘A’로 평가 받을 만하다. 당초 미국은 신용평가사와 헤지펀드 등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안에 반기를 들었지만 결국 이 안에 합의했다. 이는 각국 정상들이 그간의 미국식 카지노 자본주의가 실패했다는 점을 묵시적으로 동의해준 데 따른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원죄가 있는 미국이 사실상 굴복한 셈이다. 그만큼 유럽으로서는 국제무대에서 영향력 강화를 꾀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오는 2010년까지 5조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경기부양안에도 각국별로 의무적인 조항은 없어 추가 재정지출에 반대해온 유럽으로서는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다. 국제기구의 위상 강화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IMF 재원을 기존보다 3배 많은 7,5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세계경제에서 IMF의 입김을 크게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머징 국가 입장에서 IMF의 재원확충은 복음과도 마찬가지다. 유럽과 중국 등 신흥 경제대국으로서는 IMF를 통해 이들 국가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 강화를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중국은 절반의 성공=미국은 애초부터 이번 회담에서 얻을 것이 별로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로서 이번 회담이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던 이벤트였던 셈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유럽에 많은 것을 양보했지만 중국의 입김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것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첫 외교무대를 큰 갈등 없이 마쳤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중국의 경우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회담 시작 전부터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속에 반기를 드는 등 미국의 헤게모니에 강하게 도전했지만 미국의 노골적인 견제와 중국의 부상을 부담스러워 한 유럽의 공조로 기세를 펴지 못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성과와는 별개로 중국의 위상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으며 IMF에도 400억달러를 출자하기로 하는 등 국력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끝나고 다극체제로 개편되는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자 간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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