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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해가 비칠 때 폭풍에 대비해야 합니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SED(Society for Economic Dynamics) 사전 컨퍼런스'에서 "한국은 지난 2010년 거시건전성 3종 세트로 단기자금 유입을 줄이면서 해외자본에 덜 민감하게 됐다"며 "하지만 개방이 많이 됐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만큼 햇살이 비칠 때 폭풍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27일부터 사흘간 연세대에서 열리는 SED에 하루 앞선 환영행사 격으로 개최됐다. SED는 미국 경제학계 석학들이 1989년 조직한 거시ㆍ금융 분야의 학회로 미주와 유럽 밖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참석한 석학들의 화두는 단연 미국의 출구전략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었다. 신 교수는 "선진국ㆍ신흥국 구분 없이 모두 글로벌 유동성 위기에 연관돼 있고 유동성 제약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에 타격을 주는 건 사실"이라며 "국가 간 외부효과는 필연적이기 때문에 사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아직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중국 신용경색에 대해서는 "금융쇼크는 많이 줄어 신용경색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실물 면에서는 중간재 무역이 많은 한국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정부가 지원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프레스콧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는 '아베노믹스의 결론'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미국의 양적완화는 실질적인 성장에 도움이 안 됐고 아베노믹스도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다면 실패할 것"이라며 "일본은 시장을 좀 더 개방해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이 더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낸시 스토키 시카고대 교수는 "정책 불확실성이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면서 경기회복이 안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경우 불확실성을 측정할 수 있는 좋은 지표는 시장의 반응"이라며 "중앙은행 발표가 시장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는 이유는 유동성 위기보다 사회안전망(safty net)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주장도 나왔다. 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커스 시카고대 교수는 '글로벌 유동성과 출구전략'이라는 주제발표에서 "1930년대 대공황도 시작은 유동성 위기였지만 잘못된 실물정책 때문에 1942년까지 이어졌다"며 "지금도 사회안전망 확대가 일할 동기를 줄이면서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개회사에서 "신흥국이 글로벌 금리상승에 따른 자본유출 및 환율변동 압력에 대응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과정이 현실화하면 경제회복은 지연되고 성장은 멈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가 간 정책조율을 위한 글로벌 조정기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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