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 5곳 중 1곳은 영업을 해도 손해를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8년 이후 가장 많다. 원화 강세, 세계 경제 회복세 부진, 내수 침체 등 삼중고 탓이다.
20일 LG경제연구원의 '2015 한국경제 진단, 저성장·저물가·저수익성'을 보면 지난해(3·4분기까지) 비금융 상장기업 중 영업적자를 기록한 곳은 전체의 21.7%에 달했다. 지난 2013년의 20.5%에서 상승했으며 금융위기(2008년·19.4%), 카드 대란(2003년·17.8%) 당시보다도 높아졌다. 영업적자 기업 비중은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직후인 1998년에 25.9%까지 치솟은 바 있다.
기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증가율도 부진하다. 우리 기업 2개 중 1개는 매출액이 줄어들었다. 지난해(3·4분기까지)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 비중은 48.2%에 달했다. 이 역시 2013년(50.5%)을 제외하면 외환위기(1998년·51.3%) 이후 가장 높다.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악화되는 것은 원화의 강세 때문이다. 2013년 연평균 달러당 1,095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4분기 1,060원대, 2·4분기 1,030원대, 3·4분기 1,02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원화는 일본 엔화 대비로도 강세를 보여 2013년 100엔당 1,100원대였던 원·엔 환율은 지난해 3·4분기 980원대까지 수직 하락했다. 이에 수출대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나빠졌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중국·일본·신흥국 등의 경기회복세 부진과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점도 기업 실적 악화에 일조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의 성장성 정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등 신흥국 기업의 추격과 엔화 약세에 힘입은 일본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수출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며 "소비·투자 등 내수경기도 회복되지 못하면서 기업의 저성장·저수익성 국면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부실기업도 증가하고 있어 향후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제 위축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3·4분기 실적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의 수는 전체의 30%에 육박했다. 이들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전체의 35.4%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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