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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 중 바빌론의 느부갓네살왕을 모티브로 한 베르디의 대표작 ‘나부코’가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으로 11년만에 한국무대에 선다. 오페라 매니아가 아니라면 나부코의 자세한 내용은 모를 수 있지만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의 선율은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은 합창곡이 그 중심에 있다. 나부코는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이스라엘 민족을 노예로 통치했던 바빌론의 왕 나부코에 관한 이야기. 스스로 신이 되었던 폭군 나부코와 조국을 빼앗긴 이스라엘 민족 그리고 적국의 남자를 사랑하는 나부코의 두 딸을 둘러싼 사랑과 복수를 담고 있다. 억압받는 민족을 대변하는 ‘나부코’는 오페라 중에서도 고전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세계에서도 드물게 현대적인 해석을 곁들인 연출로 시대를 넘어섰다. 기원전 600년 바빌론을 배경으로 한 무대는 20세기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강제 수용소로 옮겨 놓았다. 막이 오르면 객석에서는 철조망 너머 유태인 강제 수용소 ‘게토’가 보인다. 유태인 포로들은 수용소 내에서 올리게 될 ‘나부코’ 공연의 무대장치 준비에 한창이다.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나부코는 시공간을 초월하며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고전적인 무대와 의상으로 단장한 나부코가 무대에 올려지면 공연을 지켜보던 유태인 수용자들은 합창단이 되어 자연스럽게 오페라에 참가하는 형식으로 극이 진행된다. ‘나부코’의 이번 공연 스텝과 출연진은 세계 어디에 내 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 다니엘 오렌의 첫 내한공연이며, 그의 추천으로 함께 작업을 하게 된 프랑스 출신의 연출가 다니엘 브느앙이 호흡을 맞추고, 음악은 오렌과 여러 차례 협연한 도쿄 필하모닉이 맡았다. 여기에 러시아 출신의 보리스 스타첸코,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김승철이 나부코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나부코가 거의 공연되지 않는 한국실정에 너무 현대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연출가 브느앙은 “이번 작품은 단순한 현대화가 아니다. 무대와 의상 등 시각적인 부분의 현대적인 해석이 아니라 원작의 사건을 실제 역사 속에서 다시 조명해 보는 것이 독특하다”며 “고전적인 나부코 보다는 오늘을 사는 관객과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0월 5일부터 9일까지.(02)588-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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