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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내부거래 규모가 200조원에 육박하고 상장사보다는 비상장사가, 총수가 없는 곳보다 있는 곳의 내부거래 비중이 여전히 높았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46개 대기업집단 매출액(1,407조원) 가운데 계열사에 대한 매출액(186조원) 비중은 13.2%로 전년(12.0%)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이 가운데 1,136개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4.5%로 237개 상장사(8.6%)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주와 시장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상장 계열사들을 통해 내부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총수가 있는 38개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13.6%)이 총수가 없는 8개 집단(11.1%)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사 지분이나 총수 일가, 2세 지분이 많고 서비스업에 편중된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총수가 있는 집단 중 상위 10개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14.5%로 전년 말(13.2%)보다 높아졌다. 내부거래 금액도 139조원으로 30조원이나 급증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STX(27.6%), SK(22.1%), 현대자동차(20.7%) 순이었다.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집단은 삼성(35조원), SK(34조원), 현대차(32조원), LG(15조원), 포스코(14조9,000억원) 순이었다. 이들 상위 5개 집단의 내부거래 금액 합계는 132조원으로 46개 전체 집단의 70.9%를 차지했다. 이는 5개 집단 매출액이 전체 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54.9%)보다 높은 수치다.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2세 지분율이 50% 이상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56.3%에 달했다. 이들 계열사는 시스템통합(SI), 부동산, 광고대행, 물류 등 일감 몰아주기 행태로 비판 받던 업종에 집중돼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하이트진로ㆍSKㆍ현대중공업 등이었다. SK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이 SK종합화학ㆍ에너지로 물적분할되면서 13조원에 달하는 기존 사내거래가 내부거래로 전환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분야의 내부거래가 제조ㆍ건설ㆍ금융보험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삼성코닝-에스엘시디-삼성전자와 같이 수직계열화된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집단의 전체 내부거래 가운데 수의계약으로 거래상대방을 선정한 경우는 90%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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