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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화학산업 2017년 셰일가스발 변곡점
포트폴리오 다변화·고부가제품 개발등 준비를
김승연 회장 부재로 시장변화 대응못해 아쉬워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추진되면 사고가 난 공장은 매출의 5%를 벌금으로 내야 하는데 매출이 60조원에 달하는 정유사들의 경우 약 3조원을 내야 하는 셈입니다. 이를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한화케미칼 대표이사이자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방한홍(60ㆍ사진) 대표는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를 경고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방 대표는 "화학 관련 법은 석화 업계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등 다른 산업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석유화학 업계의 수장으로서 현재 업계가 느끼고 있는 산업정책 측면의 고충도 가감 없이 지적했다. 그는 "환경보호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지만 환경안전만을 위해 경제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현장과의 시차를 고려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방 대표는 셰일가스가 가져올 석유화학 업계의 격변을 예고했다. "석유화학 산업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다만 지금 세계 석유화학 업계는 셰일가스로 인해 인건비가 아닌 원료 가격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변화의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2017년을 기점으로 어려워질 것입니다."
사실 현재 세계 에너지 및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셰일가스가 과연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샌드오일ㆍ가스하이드레이트 등 한때 반짝 유행했던 에너지원처럼 곧 잦아들 것이라는 쪽과 셰일가스가 에너지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산증인 가운데 한명인 방 대표는 셰일가스가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틀림없다"고 장담했다. 그는 "올 초 다보스포럼에 갔을 때 미국이 셰일가스를 개발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중동의 원유수급을 경계할 필요가 없어져 중동에 항공모함을 배치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며 "셰일가스가 그만큼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 대표는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이 한국 석유화학 업체에도 직격탄이 된다고 진단했다. 셰일가스에서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에틸렌을 추출하는 가격이 원유ㆍ나프타ㆍ에틸렌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원료 생산 시스템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 셰일가스에 섞여 있는 에탄을 가지고 에틸렌을 만들면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일본ㆍ한국ㆍ중국ㆍ대만 할 것 없이 당하게 된다"며 "현재 유럽 시장 침체, 중국의 자체 유화제품 생산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석화산업은 2016년까지 서서히 업황을 회복할 테지만 2017년부터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왜 2017년일까. 이에 대해 방 대표는 "셰일가스에서 만든 에탄을 에탄올로 만드는 미국의 에탄크래커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기가 2017년"이라며 "지금 설비를 짓기 시작했는데 가동을 시작하는 시기가 2017년, 2018년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1980년대까지는 석유화학의 중심지였다가 10년 전 인건비 상승으로 거의 망해서 중단됐다"며 "지금 다시 미국의 석유화학 산업이 부흥하기 시작했는데 그 근간에 셰일가스가 있다"고 이미 시작된 변화를 설명했다.
방 대표는 이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대응책도 함께 제안했다. 바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고부가가치 특화 제품의 개발 ▦저렴한 원료 수급책 확보다. 방 대표는 "에틸렌 계열의 석유화학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곳은 셰일가스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아크릴ㆍ부탄 등 다양한 원료를 기반으로 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미리 확보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차별화된 특화 제품을 만드는 것과 현지 투자 등을 통해 새롭고 값싼 원료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맥락에서 방 대표는 석유협회장으로서 새로운 원료를 싸게 들여올 수 있도록 업계 차원의 공동 터미널 건립 아이디어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도 기존 시설을 변형하면 LPG나 프로판을 크래킹할 수 있다"며 "원료(feedstock)를 섞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는 셈인데 이를 위해서는 LPG나 프로판을 들여와 싸게 받아놓을 수 있는 터미널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 세 개사가 공동으로 나프타 터미널을 지어본 적이 있는 만큼 이런 식으로 서너 개 회사가 투자를 해서 지으면 좋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화케미칼 역시 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특화제품인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와 전선용수지(W&C) 생산 비중을 2009년 12%에서 현재 17%로 늘렸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민간 화학사인 시프켐(Sipchem)과 합작해 현지에 인터내셔널폴리머스(IPC)라는 합작사를 세우기도 했다. IPC는 내년 초 EVA와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현지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북미 지역에 셰일가스 합작공장도 추진하고 있다.
단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기회를 포착하고도 실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김승현 한화그룹회장의 부재 때문이다. 방 대표는 "북미 셰일가스 합작공장 추진처럼 생산시설 확보를 위한 해외진출은 투자비가 많이 들어간다"며 "수천억 혹은 조 단위의 투자는 전문경영인으로서 현실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애로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그는 "중동지역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저가 제품이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최적의 생산 거점이 될 수 있는 곳이지만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고 나라의 특성상 정부나 관료의 협조도 필수적"이라며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정부 논의가 필요한 국제 비즈니스는 아무래도 오너가 있을 때 더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 대표는 김 회장이 태양광 투자를 결정하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이룬 것을 다행으로 꼽았다. 그는 "취임 후 현재까지 보면서 느낀 것은 비록 태양광 사업이 적자를 내고 있지만 잘한 투자라는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시장의 일정부분을 차지하게 될 텐데 그 중에서도 송전탑이나 케이블 공사, 기반 공사가 간편한 태양광이 주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 대표가 태양광 분야에서 자신하는 강점은 선점효과다. 그는 "태양광 투자에서 가장 큰 고민은 사실 결정계에서 박막계 등 다른 방식으로 제품이 완전히 변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었다"며 "다행히 결정계 전지 생산시스템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만큼 이미 다른 기업보다 수율 안정화 같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데다 박막형 같은 새로운 변화에도 대처할 능력을 지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망 하에 2020년부터는 태양광 사업이 새로운 캐시카우로 확실히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폴리실리콘 사업은 앞서 2015년부터 흑자시대를 열 것으로 확신했다. 구체적인 전략과 관련 "한화큐셀은 고품질 제품이 필요한 선진시장에 주력하고 중국에 생산시설이 있는 솔라원은 범용 제품이 주로 필요한 곳, 특히 중국과 동남아 시장까지 커버할 수 있다"며 "당분간 이원화해서 운영하면서 모든 시장을 커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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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한홍 대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