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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단순 시공에 그치지 않고 운영까지 맡으면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외국 관광객 급증으로 호텔 객실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업계의 사업 확대 원인으로 풀이된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최근 자회사인 오라관광을 통해 서울 을지로3가 장교4지구의 호텔 건립부지를 매입했다. 오라관광은 여기에 430실 규모의 호텔을 지을 예정이다. 대림은 또 플랜트사업본부가 있던 여의도 사옥에도 호텔을 짓기 위해 최근 기존 건물 철거작업에 나섰다.
대림산업의 한 관계자는 "본사가 직접 나서지는 않지만 자회사를 통해 호텔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종로나 중구 등 도심권을 비롯해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 추가로 호텔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 삼성동에 최고급 부티크 호텔인 '파크하얏트서울'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은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파크하얏트부산'을 건립 중이다. 6성급의 이 호텔은 오는 2013년 초 공사를 마치고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의 한 관계자는 "마린시티 일대는 관광객은 물론 비즈니스 목적의 외국인 방문이 많은 곳"이라며 "해운대 일대 오래된 기존 호텔과 차별화된 고급 부티크 호텔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아파트 업체로 유명한 ㈜부영 역시 최근 제주도를 중심으로 호텔 등 리조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부영CC와 함께 제주관광호텔을 소유하고 있던 부영은 지난해 대한전선으로부터 무주리조트를 인수하며 '무주티롤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호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중단됐던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앵커호텔 사업을 인수하며 지난해 12월 공사를 재개했다. 부영은 이 호텔 이름을 '코스모폴리스호텔'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2013년 완공 이후 컨벤션센터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부영은 지난 2009년 매입한 서울 성수동 뚝섬부지에 호텔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상업용지인 이 땅은 당초 주상복합 건립이 예상됐지만 회사 측은 주택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호텔 등 다른 사업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의 한 관계자는 "뚝섬의 경우 사업방안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부지 특성을 살린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일부 업체들이 호텔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다양한 성장동력을 찾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호텔의 경우 다양한 시공경험과 리조트 건설 노하우를 가진 대형 건설사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ㆍ일본 등 아시아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호텔 사업 진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호텔 객실수요는 3만6,379실이지만 공급은 가동률 80%를 기준으로 2만8,046실로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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