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가 급등하는데다 주식시장의 상승세도 주춤해지면서 대안상품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거시경제와 증시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예상되는 리스크(위험)를 줄이면서 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 쪽으로 자금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모든 유형의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채권혼합형 펀드와 절대수익추구 펀드만이 각각 2,151억원과 455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일반적인 채권혼합형 펀드는 주식 비중이 30~40% 정도지만 최근에는 주식 비중을 더 낮춘 상품이 부상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 출시된 주식 비중 20% 이내의 4개 펀드 모두 자금이 순유입됐다. 'KB가치배당20자A클래스'는 지난달 1,123억원이 유입된 데 이어 이달에도 309억원의 자금이 들어왔으며 '키움단기국공채코어밸류20자A1' 펀드에도 105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주식 비중이 낮은 채권혼합형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채권금리 급등 때문이다. 채권형 펀드는 상대적으로 원금손실 가능성이 낮은 금융상품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금리상승으로 단기손실을 나타내자 채권혼합형 펀드로 자금이 이동이 늘어난 것. 하지만 안전자산 선호 성향이 강한 채권형 펀드 투자자들은 주식투자 비중이 30~50% 수준인 기존 채권혼합형 펀드 대신 주식 비중을 20% 이내로 낮춰 안정성을 강화한 펀드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도 최근 주식 비중이 줄인 채권혼합형 펀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달 키움투자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KB자산운용이 관련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이달에는 한화자산운용이 공모주 등 주식에 15% 투자하는 '한화공모주채움플러스' 펀드를 선보여 1주일 만에 68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아울러 IBK자산운용도 주식 비중을 20%로 낮춘 채권혼합형 펀드를 조만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유치영 IBK자산운용 전무는 "채권형 펀드 투자자들에게는 기존 혼합형 펀드도 리스크가 적지 않은 상품으로 인식된다"며 "이 때문에 주식 비중을 줄여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펀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시장에서 외면 받던 롱쇼트 펀드도 부활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자금유출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제로인에 따르면 롱쇼트 펀드로 분류되는 '시장중립형' 펀드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3,600억여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이달 들어서는 6억원 정도만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일부 롱쇼트 펀드에는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코리아롱숏' 펀드에는 이달에 3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고 지난달 109억원이 빠져나간 '유리트리플알파' 펀드에는 이달 들어 78억원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주가연계증권(ELS) 인덱스 펀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최근 ELS 발행 규모는 줄었지만 여러 ELS에 분산투자하는 ELS 펀드에는 자금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 '한국투자ELS지수연계솔루션' 펀드에는 지난달 73억원이 유입되는 등 올해 들어 189억원의 자금이 들어왔으며 '삼성ELS인덱스' 펀드에도 올해 1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롱쇼트 펀드의 경우 여전히 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이지만 수익률이 양호한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며 "ELS 펀드 역시 분산투자로 높은 지수에 대한 우려가 적어졌고 특히 ELS와 달리 환매가 쉬워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최근의 투자패턴과 부합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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