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인 2005년에는 캐나다와 미국의 과학자들이 원숭이 12마리를 대상으로 한 백신 동물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세계는 얼마 안 있으면 에볼라 바이러스도 정복할 수 있다는 장밋빛 환상에 빠졌다.
그리고 11년이 지났다. 하지만 에볼라 백신 또는 치료제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길이 없다. 심지어 임상시험 소식조차 없다.
이유는 단 하나. ‘돈’ 때문이다. 백신이나 치료제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시험 중인 백신을 기업이 사들여 양산에 나서야 하는데 상품성이 크지 않아 어느 제약사도 선뜻 나서지 않은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아프리카에서, 그것도 1년에 기껏해야 수 십~수 백 명 정도의 수요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백억, 수천억원을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터다.
최근 에볼라 공포가 서아프리카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자 에볼라 백신 소식이 또 등장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H)이 초기 단계의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실험판을 9월에 내놓고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앤서니 포시 NH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수년간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연구해오다가 최근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며 “올가을 임상시험에 쓸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승인 절차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포시 소장은 또 “이를 위해 일부 제약사와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NH의 계획이 과연 기대처럼 제대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거대 제약사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기업에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포시는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에볼라 백신에 대해 아직 어느 기업도 구매 의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해 상용화가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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