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하반기를 시작하는 한국 증시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외 악재 속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당장 국내 기업들의 2·4분기 실적 둔화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코스피의 반등 시기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는 코스피가 다시 본격적인 상승장을 향한 시동을 걸면서 지난 2011년 5월 달성한 역사적 고점(2,228.96)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기조 속에 시중의 부동자금이 증시로 몰려드는 가운데 기업의 실적 개선 흐름이 여전히 유효한 데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회복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내 증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투자 유망업종으로는 실적 개선세가 단연 돋보이는 화학·금융업종과 더불어 초저금리 기조에서 배당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는 배당 관련주를 추천했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의 리서치센터장과 투자전략팀장 등을 대상으로 '하반기 증시 전망과 투자 전략'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0%가 하반기 내에 코스피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이 예상한 하반기 코스피지수의 등락범위는 최저 2,000선 안팎에서 최고 2,250선을 가장 많이 꼽았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은 최고 2,300선까지 내다보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최고 2,250선에 도달할 경우 2011년 5월2일 기록한 역사적 고점인 2,228.96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어온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지금도 여전한 상황에서 올해 기업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하반기 중으로 역사적 고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고점 돌파 시기로 4·4분기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사상 최고치 돌파를 낙관한 응답자 중 60% 이상이 오는 9월 미국의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 4·4분기 중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국내 증시를 이끌어가고 있는 중소형주의 강세는 하반기에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응답자의 50%가 중소형주의 강세를 예상한 가운데 대형주 강세를 점친 전문가들은 30%로 집계됐다. 또 3·4분기까지는 중소형주, 4·4분기부터는 대형주에 주목하는 등 시기별 분산 투자 전략을 조언한 전문가들도 20%로 나타났다.
반면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그동안 낙폭이 과대했던 자동차·건설 등 경기 민감 대형주로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반기 국내 증시를 위협하는 최대 변수로 미국의 금리 인상을 꼽았다. 조윤남 대신증권(003540) 리서치센터장은 "9월 또는 12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글로벌 자금이 보다 발 빠르게 이탈한다면 국내 증시에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예상보다 더딘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국내 경제에 끼칠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다만 그리스 사태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에 대해선 대부분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의 경제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과거에 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유한 방어 수단도 많아진 만큼 유럽 전체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며 "국내 증시에 끼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투자 유망업종으로 전문가들은 뚜렷한 실적 개선세가 돋보이는 화학업종과 은행·증권 등 금융업종을 가장 많이 추천했다. 이들 업종을 꼽은 전문가는 전체 응답자의 65%에 달했다. 류용석 현대증권(003450) 시장전략팀장은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는 업종 가운데 현재 주가의 밸류에이션 등을 모두 고려하면 화학과 금융업종이 유망하다"고 전했다.
이 밖에 삼성전자(005930) 등 정보기술(IT)·반도체·인터넷 업종과 지배구조 관련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투자전략으로 분기별 접근 방식을 달리할 것을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조정 가능성과 중소형주 강세가 예상되는 3·4분기에는 종목별로 대응하고 본격적인 반등이 점쳐지는 4·4분기에는 실적 개선을 동반한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영준 교보증권(030610) 리서치센터장은 "잇따른 금리 인하로 올해 시장 평균 배당수익률이 기준 금리를 넘어서고 있는 만큼 배당 성장주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다만 김학균 KDB대우증권(006800) 투자전략팀장은 "생각보다 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저금리 효과도 점차 희석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설문에 참가해주신 분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변준호 유진투자증권(001200) 리서치센터장,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 이영원 HMC투자증권(001500)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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