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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로펌(법률사무소) 김앤장이 전직 법원장을 포함해 고위 판사 출신 법조인을 '싹쓸이'했다. 연초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등이 로펌에서 고액을 받아 이른바 '전관예우' 이슈가 불거졌지만 대형 로펌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법원장 출신 엘리트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반면 일각에서는 법률 시장 개방에 따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로펌들이 유능한 법조인 확보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3일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원 등에 따르면 최근 정기 인사에서 사직한 이재홍(사법연수원 10기) 전 서울행정법원장 등 법원 출신 법조인 12명이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전 법원장 외에 원유석(15기) 전 서울고법원장과 박성수(21기)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 곽병훈(22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영입됐고 또 배현태 전 법원행정처 홍보심의관, 최철환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이현종 수원지법 안양지원 부장판사 등도 김앤장에 둥지를 튼다. 이밖에 공인회계사 출신 김주석(35기) 전 광주지법 판사, 약사 자격증이 있는 최규진(36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이언석(32기) 전 서울중앙지법 판사, 장종철(33기) 서울행정법원 판사, 김정(38기) 청주지법 판사 등도 영입됐다. 김앤장은 지난해는 판사 출신 5명을 선발하는 등 통상 연초에 6명가량의 판사 출신을 뽑았는데 영장전담 판사 출신까지 포함해 10명 넘는 판사를 영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전직 법원장을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연초 전관예우 논란으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김앤장이 전직 고위 판사 출신을 대거 영입한 것은 법률시장 개방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내년 로스쿨 1기 졸업생이 배출되는 만큼 현장 경험이 적은 로스쿨 출신 영입을 앞두고 이들을 교육할 만한 경륜 있는 법조 인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변호사 수에서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김앤장이 전관예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관 출신 판사들을 싹쓸이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김앤장의 한 관계자는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하는 전략을 포함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실력을 갖춘 인사들이 로펌 진출을 통해 새로운 활동에 나서보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해 이를 받아 들인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로펌의 한 관계자는 "논란이 적지는 않겠지만 로펌 입장에서는 사건수임 등 여러 가지 전략적 차원에서 전직 고위 판검사 영입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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