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영등포구의 A슈퍼마켓. 입구 앞 작은 냉장고 위에 '아이스크림 50%'라는 문구 아래 '바 종류(누가바 포함) 600원, 더위사냥 800원, 설레임·국화빵 1,200원' 등 품목별 가격이 적혀 있다. 인근 B슈퍼마켓은 '정찰가 외 50% 세일'을 내걸고 설레임을 1,000원에, 누가바는 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A슈퍼마켓 점주는 "우리는 판매량이 적어 제품 공급가와 판매가가 높은 편이지만 일부 대형매장의 경우 같은 제품을 200~300원에 팔기도 한다"며 전했다.
2012년부터 롯데제과가 '아이스크림 가격 구조 정상화'를 내걸고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동네 슈퍼마켓에선 여전히 정가의 50%, 많게는 80%씩 할인해주는 '반값 아이스크림'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1~3위인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제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0% 이상 급감했다. 실적 악화의 공통적인 원인은 '제 값 못 받는' 아이스크림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판매가 가장 많은 동네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가격할인 경쟁이 계속되면서 업체들의 제품 공급가가 심하게는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빙과업체들은 최근 가격을 슬그머니 올렸다. 롯데제과는 올 1~2월 할인율 50%를 적용해 권장소비자가격을 매겼던 설레임, 셀렉션, 티코, 위즐의 할인율을 40%로 조정했다. 설레임에 표기된 가격은 1,000원에서 1,200원, 나머지 제품 3종은 5,000원에서 5,500원으로 뛰었다. 롯데제과측은 "유통매장 마다 판매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가격 인상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빙그레는 지난해 12월 '엔초' 권장소비자가격을 기존 정가의 60%인 600원으로 높인데 이어 올 2월에는 비타민을 첨가하고 우유 함량을 높인 신제품 '더위사냥 액티브'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800원으로 올렸다. 더위사냥의 경우 통상 정가 1,200원에서 50% 할인된 600원에 판매됐다. 빙그레 관계자는 "이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적시하면서 과도한 공급가 할인율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빙과업체들은 가격 인상과 더불어 권장소비자가격 표기 품목도 늘려가고 있다. 롯데제과는 3월부터 '월드콘'에 권장소비자가격 1,200원을 표기하기 시작해 총 33종에, 빙그레는 엔초, 더위사냥 액티브를 포함한 8종에 권장소비자가격을 넣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권장소비자가격 표기를 시작한 해태제과는 올해 5종을 추가해 탱크보이, 부라보콘, 바밤바샌드 등 총 15종에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슈퍼마켓에선 여전히 권장소비자가격이 적힌 제품 공급을 거부하고 있어 빙과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냉동 보관 때문에 생산원가에서 물류비 비중이 큰 아이스크림 특성상 슈퍼마켓에 제품을 못 넣으면 대책이 없다"며 "이런 유통구조가 지속되는 한 빙과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결국 품질 하락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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