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일부 기업들이 사업자회사 주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분할했거나 분할하려고 하는 사업자회사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계획에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는 것. 지주사 전환의 성공적 안착 여부는 사업자회사 주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솔그룹은 지난달 30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지만 계열사인 한솔CSN 주주들의 반대로 계획이 무산됐다. 최근 한솔CSN의 주가가 급락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한솔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한솔CSN과 한솔제지를 각각 사업자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 2개를 합병해 지주사 한솔홀딩스(가칭)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솔CSN의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져 합병안이 부결됐다.
한솔CSN 주주들이 합병을 반대한 것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고 했기 때문. 한솔그룹이 4월 합병계획을 발표할 당시 합병에 반대하는 한솔CSN 주주들이 청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4,084원으로 정해졌다. 그 이후 증시 불황으로 한솔CSN의 최근 주가가 3,500원대로 떨어졌다. 한솔CSN 주주 입장에서는 합병에 찬성하는 것보다는 반대표를 던져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10% 이상의 차익을 올리는 것이 더 이득이었던 셈이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솔CSN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보다 높게 거래됐다면 한솔CSN의 주주들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합병에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솔CSN의 주가가 부진했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 작업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초 지주사 전환을 선언하며 인적분할을 단행한 동아쏘시오그룹도 사업자회사인 동아에스티의 주가 부진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오너들은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고 대신 지주회사 주식을 받는 주식교환 과정을 거친다. 이런 단계를 거쳐야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갖출 수 있고 '오너→지주회사→사업자회사'의 구도의 지분 관계가 형성돼 오너들이 그룹 내에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사업자회사 주가가 지주회사보다 높아야 오너들이 더 많은 지주회사 주식을 받아갈 수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경우 동아쏘시오홀딩스(지주회사)와 동아에스티(사업자회사)의 주가가 비슷해 지주사 전환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1일 기준으로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종가는 14만8,000원, 동아에스티는 14만500원으로 주가가 비슷한 수준이다. 강정석 사장 등 동아쏘시오그룹의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주식교환을 하면 거의 1대1비율로 해야 돼 그룹 내 지분율에 아무런 변동이 없다. 동아쏘시오그룹이 지주사 전환 선언 이후 아직까지 주식교환을 실시하지 않는 이유다.
반면 한국타이어그룹은 최근 사업자회사 한국타이어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무사히 마쳤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5월 말부터 한국타이어 주식 1주당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주식 2.6주를 교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타이어어 주가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보다 2.5배가량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타이어 보유 지분을 기존 4.6%에서 25%로 끌어올렸고 조양래 회장 등 오너 일가도 한국타이어 지분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으로 전환해 그룹 내 지배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 애경그룹도 인적 분할 이후 지주회사인 AK홀딩스보다 사업자회사인 애경유화의 주가가 높아 지난해 지주회사로 무사히 전환했으며 한국콜마도 한국콜마홀딩스(지주회사)보다 한국콜마(사업자회사)의 주가가 높아 지주사 전환 작업을 무리 없이 끝냈다.
한 상장사 IR담당자는 "보통 지주회사 전환 선언 이후 인적분할을 단행하면 사업자회사의 주가가 높게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일부 기업에서 그렇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사업자회사 주가가 강세를 보여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게 훨씬 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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