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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의 과실 정도에 따라 민사적인 책임의 정도를 달리하고 있어 악의적,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불법 행위의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 대기업의 부당 단가 인하, 부당 발주 취소, 부당 반품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배상액 오해 많지만 실손해 3배 정도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오해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가끔 신문지상에서 실손해금의 100배나 500배 정도의 별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는 보도내용을 접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미국의 경우 배심원제도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일반인으로 구성한 배심원의 경우 다소 감정에 치우친 평결을 내려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평결하기는 하나 이는 판사에 의해 다시 조정돼 실제로 인용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은 실손해금의 3배 정도이다. 이는 미국연방대법원의 캠벨(Campbell) 판례에 의해 징벌적 손해배상금이 실손해금의 10배를 초과하지 않고 4배수 이내가 적정하다는 법 원칙이 확립됐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경우에도 독점규제법 중의 하나인 셔먼법과 같은 개별 법률에서는 그 한도를 3배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각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해당 법률에 명시적으로 그 한도를 설정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예를 들어 대만 등은 소비자 보호 등에 있어서 그 구체적인 배수, 즉 통상적인 경우에 3배수 한도를 해당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만은 실제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많은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중국 역시 여러 분야에서 이와 유사한 배수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면서 그 한도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 행위 법률의 제조물 책임 조항에서는 명시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되 그 배수 한도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중국에서 제조물 책임으로 소송을 당하는 경우 이점을 유의할 필요는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에 기술 유용 등의 경우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면서 그 한도를 3배수로 한정했으나 그 적용 대상을 과실의 경우에도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고의 또는 이에 준하는 중과실 등 악의적인 불법 행위에 한정하는 전통적인 접근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이 입법의 의도는 그 구체적인 적용을 사법부에 넘긴 것으로 보여진다. 즉 사법부에서 분쟁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타당성이 있게 탄력적이고 일정한 기준을 설정해 적용하도록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대 사법정의 구현 대안될 듯
다만 이 제도는 다른 법체계의 제도이므로 이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정확한 이해가 전제돼야 하고 나아가 입법 과정 및 사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응용돼야 한다. 따라서 이런 측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확대 도입 시, 입법 기술적인 면, 그리고 입법부와 사법부의 역할 분담, 나아가 그 적용 범위의 확대 방안 및 절차 등 제반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이 제도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시각 및 창의적인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시대와 융합의 시대에서 민법과 형법의 중간 영역에서 민사법의 바람직한 법 집행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잘 활용한다면 사법영역에서 사법정의를 구현하는 새로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각론적으로 이 제도의 도입에 따른 방법 등을 간단하게 약술하면 가능한 한 입법 과정에서 세밀하게 그 구체적인 법 집행 등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사법적인 재량의 여지를 비교적 적게 함으로써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나아가 이 제도가 큰 거부감이 없이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향후 가능하면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뿐만이 아니라 기본권 침해 행위, 소비자 보호 분야, 독점규제법 침해 분야, 근로기준법 등 노동 분야 등에까지 점진적으로 이를 확대 도입해 사적 영역에 있어서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좋은 제도적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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