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중견기업 정책이 이관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의 중견기업정책국은 지난 3월 중소기업청에서 새 출발을 했다. 하지만 중견기업정책과ㆍ혁신지원과ㆍ성장촉진과 등 3개과와 24명의 인원이 고스란히 대전정부청사로 이사했을 뿐 업무가 바뀌지는 않았다. 중기청 조직에 맞춘 역할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채 근무지만 변경된 것.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인 이유로 무리하게 중견기업정책국 신설을 지시하면서 인력과 예산 낭비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낀 셈이다. 당시 지경부는 원래 중견기업 지원과 관련, 1개과만 만들려다 억지춘향 식으로 2개과를 늘려 중견기업정책국을 급조했다.
중기청 내 중견기업정책국의 성장촉진과와 혁신지원과는 각각 벤처정책과, 기술개발과와 업무가 유사하다. 판로개척 등 해외 시장 진출 업무는 판로지원과ㆍ해외시장과와 역할이 정확히 겹친다. 특히 기업지원 정책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대부분 같을 수밖에 없고 성장 사다리 정책 역시 중소기업 정책과의 상충 때문에 제한적인 수단만 써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국 단위 행정조직이 필요하냐는 의문이 나온다.
또 논란이 큰 관계사와 관련, 계열사와의 관계에 따라 중소기업을 벗어난 1,500여개의 관계 중견기업을 중견기업 통계 1,422개(2011년 기준)에서 제외하는 오류도 여전하다. 중견기업정책국은 중견기업 숫자를 1,422개로, 과거 중기청은 3,000개 남짓으로 규정해 혼란을 낳았다. 중기청 관계자는 "중소기업 파트와 업무 조율이 잘 안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에 있는 국과 충돌하는 부분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쯤에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중견기업정책국을 대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색 맞추기 식으로 조직을 이대로 유지해서는 쓸데없는 중복 정책만 나오거나 전시행정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다. 중견기업정책국을 없애고 기존 중기청 조직 내로 흡수하는 식으로 중소기업 정책과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가려운 부분만 긁어주는 성장단계별 맞춤형 정책을 적절하게 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중기청 내에서 중견기업국이 중소기업과 경합한다는 생각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을 이끌고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좋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모델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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