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돌려받는 고객예탁금 운용수익이 현재보다 훨씬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는 그동안 투자자 자산인 고객예탁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을 일부만 돌려주고 나머지를 증권사 수익으로 챙겨왔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5일 고객예탁금 이용료율을 운용수익 비용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산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 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금융 당국은 오는 6월23일까지 업계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앞으로 열릴 금융위원회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투자협회도 금융투자업 규정 일부 개정안이 금융위를 통과할 경우 금융투자회사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개정에 나선다.
고객예탁금은 증권사가 주식매매 등을 위해 고객에게 받아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자금이다. 증권사들이 예탁금 운용수익을 증권금융으로부터 받아 고객에게 이용료로 지급하고 있으나 기존 이용료율이 시중금리를 밑도는 등 크게 낮아 조속히 현실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특히 감사원이 지난해 2월 금융소비자 보호 등 금융 감독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예탁금 이용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감사원은 "증권사들이 예금자보험료(0.2%)와 감독분담금(0.014%) 등의 직접비를 차감한 금액을 투자자 예탁금 소유자인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나 현실은 다르다"며 "각 증권사들이 1억원 이하는 0~1%, 5억원 이하는 1~1.5%, 5억원 초과의 경우에는 2%를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등 예탁금 이용료를 불합리하게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감독 당국에 "증권사들이 직접비용을 제외한 예탁금 이용료를 고객에 지급하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48개 증권사는 2009~2010년 2년간 증권금융에서 투자자 예탁금 운용수익으로 총 8,317억원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투자자에게는 단 34.2%인 2,848억원만을 지급하고 나머지 5,469억원(65.8%)은 각 증권사 이익으로 챙겼다.
금융위 측의 한 관계자는 "예탁금 이용료율을 몇 %로 특정해 일괄 적용할 경우 담합으로 여겨질 소지가 있다"며 "때문에 '운영수익 비용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문구를 금융투자업 규정 일부 개정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 규정과 금융투자회사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을 일부 바꾼다고 예탁금 이용료가 크게 오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담합 소지 발생 우려로 '증권사 자율에 따라 예탁금 이용료 지급 수준을 결정한다'는 기본 방향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011년 말 금융감독 당국이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리고 또 100만원 이하의 예탁금 보유 투자자에게도 이용료를 지급하라고 지시했으나 여전히 일부 증권사에서는 이행되고 있지 않다"며 "증권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이행하라는 금융 당국의 지시를 몇 개 증권사나 따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기준 예탁금 규모는 18조2,325억2,100만원으로 올 들어서만 1조1,575억7,100만원 늘었다. 하지만 각 증권사들이 고객예탁금 사용으로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예탁금 이용료율 수준은 최고 2%선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마저도 일부 대형증권사의 경우에만 1~2% 수준의 이용료를 지급할 뿐 대부분이 0.1~1%가량의 예탁금 이용료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편 금융투자업 규정 일부 개정안에는 ▦고객예탁금 이용료의 합리적 산정의무 부과 ▦증권사 직불카드 발급허용 ▦장외거래 청산의무 및 금융투자상품거래 청산회사 도입 등이 담겼다. 증권사 직불카드 발급을 허용하는 방안은 금융당국이 증권업계 영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내놓은 것이다. 올해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결제소(CCP) 설립 등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금융투자업 규정 일부 개정안에 장외거래 청산의무 및 금융투자상품거래 청산회사 도입 등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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