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공개로 가장 큰 타격을 맞은 청와대는 10일 당혹감에 휩싸였다. 리스트에 올라온 인물들이 대부분 친박(친박근혜) 핵심인데다 전직 비서실장이 두 명이나 포함돼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던 청와대는 어렵게 되살려놓은 국정 동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는 당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이고 돈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인사들도 현재는 청와대에 몸담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을 그었다.
성 전 회장이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 등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지난 2006~2007년도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겹친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대폭 확대될 경우에는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이 우려된다"면서 "재보궐선거를 비롯해 앞으로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역시 당혹스런 하루를 보냈다. 광주 서구을 재보선 지원을 위해 광주로 내려갔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파장이 심각해지자 급구 서울로 상경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 일각에서 불고 있는 "4·29 재보선을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기류를 잠재우기 위해 서울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김 대표는 "(재보선에) 파장이 오지 않도록 당이 확실하고 선명한 노선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사태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세월호 1주기가 다음주로 다가오고 있는데다 재보궐선거도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있는 사태여서 성완종 리스트는 '시한폭탄'처럼 새누리당을 옥죌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재보선 관련 여론 조사에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와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성완종 리스트'가 앞으로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잠잠했던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도 점차적으로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자원외교 비리 수사'에 강력하게 반발해온 정병국 의원 등 친이계는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고 초선 모임인 '아침소리'의 의원 6명도 검찰 수사를 공식 촉구하는 등 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친박 주류 인사들은 성 전 회장과 거리를 두며 의혹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리스트에 혹시라도 자신들의 이름이 거론돼 근거 없는 의혹에 휘말릴까 우려하며 몸을 사리고 있다.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면서 4월 임시국회가 제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일단 야당은 검찰수사 내용과 속도를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대응에 나설 움직임이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공세를 점차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이며 박근혜 정권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규정한다"며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그리고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희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은 특검수사를 거론했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특검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성완종 리스트'수사는 장기화하면서 정국을 더욱 혼란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일단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착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메모에 등장하는 인물을 비롯해 사실상 정치권을 향한 전방위적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2003년 당시 김종필 자민련 총재 특보로 정계에 입문해 2004년 17개 총선에서 김 총재에 이어 비례대표 2번을 받은 바 있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바람으로 국회의원 당선에 실패했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 선진통일당으로 당선된 후 새누리당과 합당하면서 친박계·친이계 인사들과 접촉을 강화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방위적 검찰 수사가 이뤄지게 되면 박근혜 정부는 성완종 리스트발 '메가톤급 태풍'의 한가운데 놓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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