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화인 위안화 예금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 2012년 말만 해도 기축통화인 달러나 유로화, 엔화에 비해 열세였던 위안화 예금 잔액은 1년 만인 지난해 말 달러화(74.1%)에 이어 거주자 외화 예금 잔액 비중이 2위(13.8%)를 기록할 정도로 볼륨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예금 급증이 기업과 기관투자가의 자금 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시중에서는 유동성 문제로 위안화 예금을 거의 취급하지 않아 개인 자산가 수요는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지점장은 "달러·엔화 등 다른 외화 예금과 달리 시중은행을 통해 개인 자산가들이 위안화 예금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 위안화 예금이 늘어난 것은 기업과 기관투자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등이 향후 중국 통화의 절상을 염두에 두고 위안화 예금을 가입하거나 무역결제로 들어온 위안화를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예금으로 묻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외화 예금 잔액 감소 속 위안화 예금 급증=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거주자의 외화 예금이 484억4,000만달러로 전월보다 1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7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거주자는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및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는 외국 기업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연말 기업의 수입대금 결제로 미 달러화 감소 폭이 컸던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제 지난해 말 미 달러화의 외화 예금 잔액은 359억1,000만달러(전체의 74.1%)로 전월보다 29억달러나 줄었다. 유로화 역시 19억5,000만달러(4%)로 7,000만달러 감소했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66억7,000만달러로 전월보다 25억달러 증가했다. 비중도 13.8%로 두 자릿수로 뛰었다. 엔화는 26억달러(5.4%)로 3,000만달러 소폭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위안화 예금 증가는 홍콩 역외 위안화 선물환율이 낮은 수준을 지속적으로 보임에 따라 원·위안화 간 차익거래 유인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특히 증권사들이 홍콩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를 국내로 들여와 중국계 외국은행지점에 예치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자금 수요 대부분…개인 수요 차차 늘 듯=개인 고객이 위안화 예금을 하려면 지점 수가 극히 미미한 중국계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통로다. 국내 은행의 경우 중국 당국의 규제로 위안화 예금을 취급하긴 어렵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현물환 거래 등으로 수요를 제한하고 있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아직 위안화 예금은 개인에게는 너무 멀리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면서 기업이나 기관투자가의 위안화 예금 수요도 늘고 있다"며 "다른 선진국 통화가 거의 제로금리 수준이라는 점도 외화 예금 가운데 위안화 수요가 증가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오는 3월부터 홍콩 시장을 통해 위안화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가 차츰 풀리고 있어 개인들의 위안화 예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국내 시중은행에서는 중국 본토 위안화 예금만 취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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