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으로 원유도입단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증가율이 지난 2004년 8월 이후 최고치인 27.0%(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하면서 4월 무역수지가 거의 균형수준인 4,600만달러 적자에 그쳤다. 원유도입단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우리가 정제해 내다파는 석유제품 가격도 많이 올랐고 자원부국의 경제호황으로 선박, 일반기계, 무선통신기기, 액정 디바이스 등의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ㆍ중국ㆍ일본ㆍ유럽 등 우리의 전통적인 4대 주요 수출권역의 경제가 침체되고 있어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일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380억2,000만달러, 수입은 380억6,000만달러로 4,600만달러의 월간 적자를 기록, 5개월째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의 전체 무역적자 규모는 68억6,000만달러이다. 하지만 4월의 적자 규모는 1월(38억5,000만달러), 2월(12억8,000만달러), 3월(8억2,000만달러) 등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처럼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줄어든 것은 고유가 등으로 원유도입단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한 99.7달러에 이르렀지만 도입물량이 6,710만배럴로 전월보다 570만배럴 줄고 수출 또한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권태균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5월 무역수지를 전망해보면 환율(원화약세)과 자원부국의 경제호황 등으로 수출이 크게 늘고 있지만 원유도입량도 4월에 비해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흑자전환을 확신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4월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는 보합세, 컴퓨터는 2% 감소했지만 석유제품(62%), 선박(47%), 일반기계(40%), 무선통신기기(39%), 액정 디바이스(32%), 자동차 부품(31%), 철강(24%), 가전(14%) 등은 모두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4월 초부터 20일까지 유가급등으로 호황을 맞고 있는 대(對) 중동 수출이 43.9% 증가한 것을 비롯해 대 중남미(28.5%), 대 아세안(23.8%), 대 중국(17.9%) 등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경기침체가 진행 중인 유럽연합(-2.5%), 미국(-0.9%) 등에 대한 수출은 소폭 감소세를 나타냈다. 수입은 원자재 부문에서는 원유 등 에너지와 철강 등에서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했고 자본재는 컴퓨터 부품(-21%), 반도체 제조용 장비(-39%) 등은 급감했지만 자동차 부품(18.4%), 집적회로반도체(23.7%) 등은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우리의 전통적인 주요 수출 4대 경제권인 미국ㆍ중국ㆍ일본ㆍ유럽 경제는 물가가 급등하고 성장률은 정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우리나라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4ㆍ4분기에 이어 올 1ㆍ4분기에 0.6%의 저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2ㆍ4분기에도 마이너스 또는 저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1ㆍ4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를 기록,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6%로 지난해 전체 성장률 11.9%보다 증가 추세가 꺾였다. 유럽연합(EU) 통계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5개 국가들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를 기록했다. 3월의 물가상승률은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된 이래 최고치다. 게다가 유로존의 경기체감지수(ESI)는 4월 97.1로 2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월 수정 전망했던 1.8%에서 1.7%로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에서는 일본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5%로 하향 조정했으며 올해와 내년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1.1%와 1.0%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올해 CPI 상승률을 0.4%로 예상했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