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한국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전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는데 당초 시장기대가 '7월 동결 및 8~9월 중 인상 시사'였다는 점에서 의외의 행보였다. 실제로 9일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반응해 국고3년물 금리는 4%대의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은 총재가 아직 유동성 완화 기조를 바꿀 시기가 아니라고 밝히면서 장기금리 상승세는 진정됐고 전일 수준으로 하락했다. 오히려 7월 금리인상으로 인해 9월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던 정책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채권시장 수급 여건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연관된 FX와 스와프 관련 포지션이 저가매수세로 등장할 수 있으며 단기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률곡선 평탄화는 장기물 매수세를 자극할 것이다. 특히 장기물 채권에 대한 수급 구조가 호전될 것인데 중장기적으로 시중 유동성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아직 글로벌 경기불확실성뿐만 아니라 국내 내부적으로도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자산시장 발 금융기관의 유동성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또한 최근의 출구전략은 재정에서부터 시작한 후에 유동성 긴축이 논의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위기'에서 촉발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등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여기에서 민간 부분의 부실을 막기 위한 재정확대가 '재정위기'로 확산되는 수순으로 전개돼 왔다. 이로 인해 글로벌 정책의 주안점은 유동성 완화를 유지하면서 재정 긴축을 통한 경기 정상화에 맞춰져 있다. 아시아권과 국내 경기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국내도 재정의 출구전략 이후에 경기가 정상화되는 과정을 지켜본 후 유동성 긴축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재정의 긴축은 민간경기에 직접적인 파장을 미침으로, 시간을 두고 준칙에 맞게 진행될 것이며 7월 초에 기획재정부 장관도 상당한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재정의 정상화를 진행시킨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유동성 긴축의 논의는 내년 상반기에나 언급될 수 있을 것이며 연말까지는 유동성 완화기조가 지속될 것이다. 이번주 시장에서 단기금리 상승에 따라 일시적인 포지션 조정이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채권시장 수급 환경이 우호적일 것으로 보인다. 장기국채 수익률 하향 안정 흐름이 예상되는 가운데 2~3년 구간의 4%대 저가매수 인식이 확고해진다면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는 오히려 한 단계 내려선 레벨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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